4. 제안하기
미팅을 하고 샘플을 만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결과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제안서 보내기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지난한 과정이다.
작년에 나의 주요 업무는 신규 고객사 발굴이었다. 600건이 넘는 제안메일을 보냈다. 대부분의 경우 답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제안서를 작성했든, 복사 붙여 넣기를 했든 메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메일은 스팸메일, 밖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영업을 갓 시작했을 때는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답이 올까 궁금했다. 제안서를 고치고 고쳤다.
초반에는 고객사를 하나 정해서 그 회사의 제품들과 비슷한 제품을 추천했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면 무언가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잘 쓰고 있는 용기를 굳이 바꾸려고 할까? Ct 테스트 등 제품 선정에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확도가 낮다고 생각된다.
지금 누군가 영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가장 큰 것은 “시기”라고 답할 것 같다.
고객사가 무언가 필요한 그 시기에 내가 우연히 메일을 보낸다. 그러면 고객사는 ‘나의 메일 내용과 별 상관없이’ 자신의 니즈를 얘기하고 이를 토대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가 지금까지 경험상 가장 많았다.
메일을 보내면 답은 잘 오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는 희박한 케이스가 있다.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제안서를 보낼 때이다. 이 경우 고객사는 순수한 호기심을 보인다. 샘플과 단가 요청이 많이 온다. 처음에는 신이 나서 열심히 보내지만 아쉽게도 수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이를 내가 무언가 잘못했거나 제품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며 의기소침해질 필요 없다. 단지 고객사의 계획에 이 제품이 없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추후에 이 제품이 필요할 때 다시 연락이 올 수 있다.
많은 인내가 필요하지만 이렇게 나의 제안이 들어맞아 수주를 딴다면 정말 큰 성취감이 들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로또 같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제안으로 수주받기'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하거나 힘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제안서를 공들이기보다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