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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언제 완성되는가

by 해피엔딩

출장을 가는 동료가 내게 차 키를 맡기고 갔다.
늘 이중주차를 하고 점심 무렵 자리가 나면 다시 옮겨 두던 습관을, 오늘은 부재하니 내가 대신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처음엔 마음이 무거웠다. 남의 차를 움직인다는 부담, 혹시라도 실수할까 하는 두려움이 따라붙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선의로 건네는 배려도 때론 상대에겐 짐이 될 수 있구나.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다. “과거의 나도 선의라고 내민 손길이, 정작 상대에게는 짐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도움이라 믿었지만, 상대는 오히려 책임과 부담으로 느꼈을 수 있다. 선의의 이름으로 나는 나의 뜻을 밀어넣은 적은 없었을까.

배려란 ‘내가 베풀고 싶은 만큼’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건네져야 한다. 오늘의 차 키처럼 그것이 고마운 신뢰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불편한 짐이 되기도 한다.

오늘 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배려는 나의 의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 안에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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