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던진 말, 무겁게 남은 마음

마음은 종종 바깥으로 향한다

by 해피엔딩

그날, 나는 토시를 끼고 있었다

어느 날,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행사가 있었다.
가볍게 웃고, 사진을 찍고, 서로 말을 건네는 그런 자리였다.

나는 하던 일을 마치고 그 자리에 잠깐 들렀다.
급히 나온 탓에, 팔에는 여전히 토시가 끼워져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이자마자,
한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토시는 좀 벗지.”

그 말은 가볍게 던져졌지만,
내 마음에는 가볍게 닿지 않았다.

순간, 나는 어색해졌다.
웃어야 할지,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벗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괜히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그 자리는 여전히 웃음이 오가는 자리였지만,
내 안에는 작은 파문이 일었다.

‘굳이 저걸 지금, 이렇게 말해야 했을까.’

그 생각이 올라오면서,
나는 그 말을 한 사람의 태도를
조용히 ‘미성숙하다’고 이름 붙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문제는 저쪽에 있는 것 같았고,
나는 그저 그 상황을 겪은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 내 마음이 그렇게까지 흔들렸던 이유는,
그 말 자체보다도
그 말이 건드린 내 안의 어떤 부분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 자리에서,
조금 더 단정해 보이고 싶었고,
조금 더 ‘제대로 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고,
적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민망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 마음은 평소에는 조용히 머물러 있다가,
누군가의 한마디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곧장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 불편함을 상대의 말과 태도로 옮겨 놓았다.

생각해보면, 그 말은
아무 의도 없이 툭 던져졌을지도 모른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한 것뿐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말을 그냥 두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마음속에 남겨두게 되었다.

‘왜 나는 그 말에 그렇게까지 흔들렸을까.’

그 질문을 붙들고 보니,
그날의 장면은 단순한 불쾌한 기억이 아니라
내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해주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그 일을 떠올리면,
그 말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보다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사람은 종종,
자신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을
조용히 다른 사람 위에 올려놓는다.

그날의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 마음을 다시 내 쪽으로 가져오는 순간,
상대를 향하던 시선은 조금 부드러워지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깊어진다.

그날, 나는 토시를 끼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단단하게
나를 지키려는 마음을 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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