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딸에게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쯤, 휴학신청을 하고 방송국에서 카메라 스탭으로 일을하며 돈을 모아 한달간의 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추진력은 좋아도, 계획형 인간은 아닌 나기에
계획 없이 떠났던 여행이 조금은 두렵기도, 설레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클래식 음악이 좋아 유럽 곳곳을 다니며 많은 공연들을 듣고, 보고, 행복한 경험을 마구마구 쌓았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그 여행 당시 나는 대학 졸업 여부를 두고 계속해서 고민했다.
애정이 없는 대학을 계속 다녀야할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우선 가보아야할지.
그때 내 마음에 확신을 준 아빠의 편지가 도착했다.
아래는 편지의 전문이다.
To. 신가언
너에게 몇자 적어 보내야지 했던게 몇주 전인데 이제서야 글을 쓴다.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어서 인데, 나의 게으름이 발목을 잡는다.
너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두 가지 이다.
아빠로서 바라보는 시각과 내 딸이 아닌 이웃집 청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네가 나의 지인의 딸이라면 내가 어떤 말을 해 줄까 하고.
“우리딸은 말이야 학교 복학할 생각도 없고 알바해서 돈 모아 유럽 여행간다고 다 써버리고 이런 위험한 시국에 그것도 혼자서 말야. 그리고 번듯한 직장에(안정적) 취직할 생각도 애초에 없어, 말도 잘 안듣고 지 맘대로 해. 내 손을 떠난지 오래야. 그리고 알바해서 얼마 벌지도 못하면서 비싼 공연에, 카페에서 너무 쉽게 돈을 쓰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라고 나에게 푸념을 한다면 아마도 나는 이렇게 대꾸 할거야.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있네. 지가 벌어서 지가 쓰는데 뭐가 문제야. 얼마나 훌륭해 혼자가는 유럽여행도 그래, 남들은 두려워서 엄두도 못 내는데 얼마나 진취적이고 용감해? 그런거 보면 뭐든 할 수 있는 넘이야. 대단하네. 나는 부럽기만 하구만.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네. 학교도 말이야, 요즘 세상에 안가면 어때. 지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는 세상인데. 사이버 대학도 많고 방통대도 있고. 내가 보기엔 저정도 아이라면 필요할 때 알아서 찾아서 공부도 할 녀석이야. 걱정 붙들어 매!” 이렇게 얘기 해줄 것 같아.
너에겐 직접적으로 이렇게 얘기하겠지 뭐!
“대단한데, 넌 뭘 해도 될 놈이니 네 뜻대로 열심히 해봐. 넌 이미 훌륭하고 대단해. 자부심을 가져.”
나는 일면 내가 너를 그렇게 교육시켰으면서도 아빠라서 잔소리도 하게 되고 걱정도 하게된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고 상충된다. 엄마도 마찬가지 일거다.
언제 또 잔소리를 하고 네가 하는 행동을 미음에 안들어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할게.
“우리 딸 대단해! 훌륭해!”
넌 지금보니 엄마 아빠의 장점만 물려받은 것 같아
즐~유럽!
내 인생을 향한 아버지의 인정과 존중이 잘 묻어나는 글이었다.
나를 믿고, 응원하는 부모의 이 아름다운 마음이
자녀에게 어떤 용기든 주질 못할까?
많고 많은 아빠의 편지 중
이 글은 유독 지금도, 아니 어쩌면 평생 나를 다잡아줄 아빠의 마음이다.
나를 믿는 사람이 이렇게 있다는 것.
서툰 ‘성인’인 나를 진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나는 이 유럽여행을 끝으로
뉴질랜드로 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