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작가
소금물 먹어라. 어릴 때 체기가 있으면 어른들이 하던 말이다.
소금물로 헹궈라. 먼지가 많은 날이면 비염이 심해져 코를 킁킁대는 나에게도 어른들은 소금을 말했다.
체하면 소금물 마셔라, 감기 걸리면 소금물로 가글해라, 코가 막히면 소금물로 씻어내라.
내 주변의 어른들에게 소금은 만병통치약이었다. 소금은 나에게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몸의 불순한 것들을 정화시키는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교문엔 거대한 바위가 서 있었다. 바위에는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빛과 소금이라니, 과도한 요구다. 없어서는 안되는 대체불가능한 자가 되라는 말 아닌가.
훗날 영어 속담에 ‘One is worth one’s salt.’ 라는 문구를 보고 제 소금값을 하라는 말이,
자기 역할을 하라는 말은 사람답게 살라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 밖에서 힘들게 일하면 땀을 흘리다 못해 옷에 허연 소금이 배어난다. 사람의 소금값이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지도위원은 책에서 한여름 노동으로 소금꽃이 등에 핀 노동자들이 변함없는 나무와
같다 하여 소금꽃나무라고 표현했다. 소금은 사람의 몸속에서 밖으로 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소금은 인류역사의 한 가운데 있다. 소금은 물에 닿으면 녹아버리고 물속에 숨어있다가 고체형태로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 신비로운 물질이다. 소금은 광물로 분류하기도 하고 원자기호로 표시하기도 한다.
소금은 어디에나 있는데 어딘가에 숨어들어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금은 식재료로 알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서의 소금은 광물이었다.
1963년 제정된 염관리법은 소금이라는 순 우리말이 아닌 한자어 ‘염(鹽)’을 사용해 이를 광물로 규정했다.
당시 염관리법 2조의 정의를 보면 염전은 염, 또는 함수를 제조하기 이해 해수를 농축하는 자연증발지를
가진 지면을 말하고, 이 법에서의 ‘염’은 100분의 40이상의 염화소오다를 함유한 광물을 말한다.
‘함수’는 함유고형분 중에 100분의 50이상 염화소오다를 함유하고 섭씨 15도에서 보오메(Baumé: 염수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 5도 이상의 비중을 가진 수액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이 법에 따라 ‘염’은 상공부에서
관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상공부는 산업화와 공업을 주로 관장하는 부처였다.
2007년에 이르러 염관리법이 개정되어 2008년 3월 28일에 이르러서 개정된 법이 시행된다. 법을 바꾸면서 여기서 ‘염을 광물이라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산업자원부, 식품위생법이 개입하면서 비로소 식품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한국은 1997년부터 공업용으로 쓸 소금이 부족해 소금 수입 자유화가 시작되었다.
2005년부터는 염전개발과 염제조업 허가 등이 지방자치단체로 옮겨갔다. 법이 바뀌고 나서 2009년 소금에 대한 것은 농림수산식품부가 관리하게 되었다.
엄격하게 따져 한국에서의 소금은 앞서 설명한 법에 의해 ‘염화나트륨을 100분의 40이상 함유한 결정체와 그 결정체를 담은 물’을 말한다. 이 법에 의하면 소금은 천일염, 정제염, 재제조염, 가공염으로 구분한다.
한국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먹을 수 있는 소금은 천일염, 제재소금, 태움/융용 소금, 정제소금, 가공소금, 기타소금으로 분류된다.
천일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염전에서 바닷물을 말려 건져내는 소금이다. 보통 소금이라고 하면 한국인들은 뙤약볕 아래 염전에서 가래로 밀어내는 소금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에겐 친숙한 풍경이다. 정제염은 조금 더 복잡한 시설이 필요하다. 이온교환막에 전기 투석을 시켜 소금물을 만들고 이 소금물을 증발시설에 넣어서 결정체를 만든다. 각 소금회사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재제조염은 다시 만든다는 말 대로, 결정체가 된 소금을 녹이고 이걸 다시 조작하거나 소금물의 농도를 조절해 다시 쓰임새에 맞는 소금으로 만든다. 용해, 여과, 침전, 재결정, 탈수, 염도조정 등 여러 과정을 거친다. 꽃소금이 보통 여기에 해당한다.
소금(식염)의 종류와 기준은 최근 변경되었다. 위 표는 23년 고시, 26년 1월 1일에 시행되는 식약처 기준이다..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 칼슘(Ca), 마그네슘(Mg), 황산염(SO4), 칼륨(K)등이다. 제조방법에 따라 염화나트륨을 비롯한 다른 성분도 달라진다. 이중 천일염은 기계염이나 재제조염, 수입소금에 비해 염화나트륨이 낮고 미네랄 함량이 높다.
미네랄과 나트륨은 조화를 이루어 한쪽의 흡수량이 넘칠 때 자연스럽게 배출하도록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칼륨이 적당하면 나트륨도 잘 배출된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이나 전해질 균형을 맞춰주며,
부족하면 체내 수분 균형이 깨진다. 나트륨을 과다섭취하는 것에 대해 한국인들의 우려가 높지만,
뭐든지 과도하지 않은 것이 좋다.
과도한 저염식이나 과도한 고염식 모두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나트륨 과다 섭취에 대한 우려가 시작된 건 WHO에서 하루에 5g 정도가 적당하다고 발표한 이후다. 육류를 많이 먹는 서구의 식습관을 기준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육류에는 기본적으로 소금성분이 있어 소금섭취 제한이 필요한 게 맞다고 본다.
한국인들의 경우 채소와 콩단백질 섭취가 많아 서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최근
소금섭취량이 늘어난 것은 집밥보다는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2007년으로 돌아가보자. 2008년 식품위생법상 식품으로 인정된 소금은 염관리법, 즉 소금에 대한 관리법과,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업조합법 개정까지 마쳐 소금에 대한 관리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2008년 12월 전남 신안군은 천일염산업특구로 지정되었다.
2009년 한국은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젓갈류 함께 소금을 6대 전통식품이자 발효식품으로 선정한다. 이 6대 전통식품을 다시 살펴보면 소금 없이 만들 수 있는 게 없다. 한국음식의 기본이 소금이라는 말이다. 소금 없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뿐일까. 전문적인 조사를 해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자주 먹는다고 떠올리는 그 모든 음식이 소금 없이 만들 수 없다. 과일이나 채소를 그대로 먹는 것 외에 정말 소금 없는 음식이 있겠는가.
소금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물질이고 인류 발전에 중요한 자원이다.
어디에나 있어 오히려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소금.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 참고/사진 자료
천일염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 한재환, 최병옥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