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작가_함경식 목포대학교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소금 섭취에 관한 50년 논쟁
소금을 덜 먹어야 하나, 더 먹어도 되나, 소금의 섭취량에 대한 논쟁은 실로 50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소금은 특별하면서도 흔하다. 소금 없이 식생활이 불가능하지만, 소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소금이 물에 녹아 사라지는 것처럼 소금에 대한 명료한 데이터값은 구하기가 어렵다.
환자는 무조건 저염식, 다이어트에도 저염식, 고혈압도 저염식, 한국인의 반찬은 너무 짜니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한국인의 식탁은 짠가? 해외여행을 다녀오거나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한국 음식이 해외에 비하면 싱겁기 그지없다고도 한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한국의 감자튀김에 왜 소금을 뿌리지 않느냐는 미국인들의 성토도 등장했다. 각 국가의 음식 염도를 고려해 봤을 때 한국음식이 유난히 짜다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독일의 소시지나 일본의 라멘이 한국음식보다 훨씬 더 짠데 왜 한국인의 소금섭취량이 많다고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해외의 특정 음식은 염도에 집중하지만 한국인의 음식은 거의 모든 음식에 골고루 소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총량으로 따지면 우리가 짜다고 인식하는 음식과 비슷하다고 한다. 소금 섭취량은 미각만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소금을 적게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근거는 세계보건기구 WHO가 2012년에 발표한 소금 섭취량 미만 권장 가이드라인에 따른다. 이 기준은 여전히 유효할까. 그 사이 소금에 대한 연구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목포대학교 함경식 교수는 이 기준을 다시 봐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알려진 대로 전 세계에 생산되는 소금 중에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은 몇 군데 안 됩니다. 그중의 하나가 한국의 갯벌에서 나는 천일염이고요.”
함교수는 갯벌 천일염 중 미네랄이 유의미하게 포함된 것은 한국, 프랑스, 포르투칼의 일부 지역이 대표적이며 그 외의 지역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WHO에서 규정하는 소금은 미네랄이 포함되지 않고 염화나트륨(NaCl)이 주를 이루는 소금이라는 거죠.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게 암염이고 그다음이 호수염과 정제염인데, 여기에는 미네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하거든요. 대부분의 천일염을 포함해서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소금 대부분은 미네랄이 거의 없습니다. 99%라도 봐도 좋아요.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소금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미네랄이 없는 소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 천일염에 있는 미네랄은 마그네슘과 칼륨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성분은 과용하면 인체에 안 좋다는 염화나트륨(NaCl)의 배출을 돕는다. 쉽게 말해 칼륨이 풍부한 나물의 경우 칼륨과 나트륨을 같이 먹게 되지만 칼륨의 역할로 인해 나트륨은 배출될 수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도 다 알려진 얘기이긴 한데,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의 관계가 직선으로 우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J모양을 띱니다. 나트륨 섭취량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고 위험도는 높아지지만, 반면 나트륨 섭취량이 지나치게 적을 때도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이죠. 그러니 소금으로 적당한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게 필요하고 지나치게 억제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다 섭취가 해로운 것은 이미 밝혀진 일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비과학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100% 좋다, 100% 나쁘다, 또는 전혀 없다, 매우 많다”라는 언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은 100%라는 것을 말하지 않고 많다, 적다는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함경식 교수의 말대로 2012년 이후 각국에서는 WHO 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었다며 비현실적인 수준이라, 각국의 연구진은 이를 보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강박적으로 소금량을 줄일 경우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으니, 풍미를 돋울 수 있을 정도로 소금을 먹되 소금의 배출을 돕는 칼륨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처럼 갯벌 천일염의 미네랄 성분이 남아있는 상태로 오래 묵혀서 자연 상태 그대로 먹는 문화는 흔지 않아요. 게다가 소금을 구워 먹는 문화가 체계적으로 발달한 곳도 한국뿐입니다. 한국은 소금을 굽고, 구워낸 소금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지 않습니까? 물론 일본에도 소금을 볶는 문화가 있지만 구워내는 소금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서 시간을 두고 간수를 제거하면서 묵혀 먹는 것도 한국의 독특한 문화죠.”
즉, 한국의 천일염과 그 천일염을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의 독특한 식문화는 해외의 기준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사람의 노화나 감염성이 아닌 질환은 생활 습관 문제나 순환기 문제로 크게 분류되는데, 이 순환기 문제로 인한 질환은 대부분 활성산소가 많아지면서 발생한다. 과도한 나트륨이나 특정 성분이 많아지면 세포의 에너지공장인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해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이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혈관이 손상되고, 인체는 스스로 손상 부위를 회복하기 위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염증반응이 잦을수록 고질적인 병이 된다.
그러나 어떤 소금이나 식품은 잘 사용하면 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기능이 생겨나는데, 이러한 특징을 확대하거나 과장하면, 장수에 도움이 된다거나, 암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세밀하게 따져본다면 보다 복잡한 과정이 있고 꼭 동일한 결과를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상업적으로 여러 변수와 조건을 생략한 결과값만 사용될 경우, 중간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무엇에 좋다, 무엇에 나쁘다’라는 결론으로 쉽게 건너뛴다. 함경식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짓이 아닌데 거짓인 경우”라고 표현했다.
수년 전 세간에서는 신안 천일염 중 장판염의 위생 상태를 두고 불결한 소금이라 지적했다. 장판염의 위생 문제를 지적한 이들은 장판염에서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첨가시키는 가소제가 검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 인류는 플라스틱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어디서나 검출되고 심지어 우리가 흡입하는 공기중에서도 가소제가 검출된다.
장판염에서 발생하는 가소제는 여러 검사 결과를 통해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여러 번 나왔고, 최근에는 일상생활 중에서 공기로 흡입하는 가소제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안의 천일염 생산과정에는 국내 대기업이 신안 일대 염전 장판을 소금을 변질시키지 않을 친환경적으로 제작해 협력하고 있다.
함경식 교수는 “연구가 거듭되면서 소금에 대한 재발견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원시세균이 발견된 점이죠.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나는 미생물이 소금 속에 잔존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이 세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몰라요. 미생물이나 세균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해석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대중적으로 그나마 알려져서 다행이죠. 장내 유익균이라는 개념이 대중화되었으니까요. 그런 것처럼 지구상 대부분의 물질에는 미생물이 존재하고 그 미생물이 각각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인체 내의 어떤 물질과 부딪혀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훨씬 많습니다.”
재해석하면 소금은 죽어있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생태계의 일부라는 뜻 아닐까. 나트륨이나 마그네슘 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살아있는 생태계의 한 조각을 우리가 가까이 두고 먹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소금의 섭취량은 얼마가 적당한가, 라는 논쟁은 앞으로도 쉽게 해결될 거 같진 않아요. 왜냐하면 인체가 소금을 어느 정도 축적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거든요. 많은 연구가 그동안 인체가 배출한 소변에 나트륨(NaCl)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를 가지고 섭취량을 측정해 왔거든요. 그런데 섭취된 소금의 일부가 사람의 몸에 어느 정도 저장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누가 얼마나 어떤 비율로 어떤 상황에 소금을 축적하는지 알 수가 없죠. 일일이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동물실험이 오히려 변수가 적다고도 하는데요. 동물실험의 경우 변수를 통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의 경우는 그렇게 실험할 수 없죠. 추정할 뿐이죠. 게다가 각자의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평소의 식습관, 생활 습관, 유전적인 요소, 가지고 있는 질환, 뭐 등등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에 얼마를 먹는 게 좋다. 딱 규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있죠. 그러나 이미 알려진 대로, 염분이나 단백질이 부족하면 뇌에서 반응하고 사람이 그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 정도로 인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 함경식 교수의 말처럼, 암염이 발견된 것도 말들이 바위를 핥고 기운을 차려서라고 하지 않았던가. 산악지대에 사는 염소들도 소금이 있는 바위를 찾아다닌다. 미국의 고속도로는 미국의 초식동물들이 이동하며 만들어진 길이다. 버팔로를 비롯한 거대한 초식동물들은 소금을 찾아 황량한 대륙을 헤맸고, 그 위로 길이 만들어졌다. 북미의 원주민들은 이들이 만든 길을 따라 소금 정거장을 연결하는 길을 만들었고 국도와 고속도로, 뉴욕의 브로드웨이도 동물들의 이동 경로였다. 이처럼 미생물이 살아있는 소금은 인간의 신체 내부뿐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길을 내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독특하고 특별한 한국의 천일염에 대해 안타까운 점은, 천일염의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소금을 개인이 만들어 개인이 먹는다면 모를까, 산업화와 상업화를 위해서는 생산지에서 기업으로 이동해 자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러나 한국의 천일염은 기후와 염부와 조건에 따라 매번 그 맛과 품질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예민한 사람들이나 느낀다고 하겠지만 이게 식품산업의 재료가 되려면 얘기가 좀 달라지죠. 식품회사는 균질한 맛을 내야 합니다. 어제 만든 과자와 오늘 만든 과자의 맛이 다르면 안 되죠. 우리가 보통 ‘맛집’이라고 찾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예전에 먹던 그 맛이잖아요. 맛이 변하면, 사람들이 쉽게 돌아서고 다시 찾지 않죠. 소금은 아주 적은 양을 쓰더라도 그 풍미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소금 품질과 맛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함경식 교수는 일관되게 과학자의 자세를 견지했다. 무엇이 다 좋다고 할 수 없고, 무엇이 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인체는 신비한 능력이 있고 인간은 아직 그 능력을 모두 밝혀내지 못했을뿐더러, 식품의 기능도 아직 다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과장할 것도 지나치게 억제할 것도 아니라는 것. 아직 밝혀지지 않은 소금의 기능에 대해 조금 더 기대할 만하다는 것. 식품은 과학의 영역에서 꾸준히 탐구하고 있으니 쉽게 휩쓸리지 말 것. 변치 않는 탐구의 자세는 마치 소금과 같았다. 시대에 따라 유행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흔들려도 늘 바다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소금은 살아있는 생태계 그 자체다.
소금은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