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마지막 수업 11

낯선 딸의 모습

by megameg

딸의 마지막 수업~


우간다 온 지 6일째 되는 날.


근데 "나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왜?! 그렇지?"

딸도 "나도 엄마가 계~속 여기 있었던 거 같아!! 왜 그렇지? 근데 이런 느낌이 좋아!!"

너무 익숙한 이 느낌이 참 요~~상하지만 즐겁고 재미있다.


저번에 같이 출근했을 때는 엄마가 우간다 온 기념이라고 대접받느라 학생들 고생시켰는데

오늘은 진짜, 교실 구석탱이에 앉아 수업을 엿보기로 한다.


"안녕하십니까?"

배꼽인사하고 들어 와서


"집합!!"

사범님의 구령에 일사불란하게 모인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으로~

우렁찬 구령에 맞춰 몸풀기!

딸의 눈빛이 달라졌다.


효과적인 수업 구성으로 카리스마 있게 야무지게 아이들을 이끄는 모습에 일단 놀랐고,

찬찬히, 자세히 동작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잡아주는 모습도 눈에, 귀에 쏙쏙 박혔다.


- 와우~!!

우리 딸~~ 다 컸네~ -


남은 물품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싶을 때는 그냥 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길 바라서

팝업퀴즈나 재밌는 게임을 해서 나눠준단다.


팝업 퀴즈- 우리말로 열까지 세기 등, 태권도 용어는 우리말로 다 하지만 구령은 주로 영어로 하니

학생들이 잘 기억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며 계속 도전한다.


게임 - 여러 가지 개인별, 단체별 게임을 시키는데 학생들 승부욕이 대단해서 보는 내내 귀여웠다.


어제는 마지막 수업답게 제일 잘하고 성실하고 학업 성적도 우수한, 모범이 될만한 학생을 리더로 정한다고 했다.

리더는 앞으로 태권도를 계속하며 서로 형제, 자매처럼 사이좋은 동료로 서로 도우며

이끌어가길 원해서 세우는 거라고 설명했다.

리더 두 명에게는 사범님의 새 도복을 주었다.


또 늦게 들어와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단체 도복과 노란띠를 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운동할 것을 약속받으며.


학생들이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듯해서 내가 다 뭉클했다.


옆 학교로 전학을 간 여학생도 계속 운동하러 오고 있는데

"사범님 I'll miss you." 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귀엽다.


매일 이렇게 두 시간 정도 수업을 했단다.

원래는 한 시간 수업이지만 배우는 양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업시간도 늘어나게 되었단다.


수업이 끝나도 학생들은 갈 생각을 안 한다.

받은 도복도 입어보고 받은 물품 보며 폰 있는 학생들은 사진도 찍고 자기들끼리 할 얘기도 참 많은가 보다. 귀엽다.


"투 겐데 와카~~" (집에 가자~)

사범님의 말에 또 공손히 배꼽 인사하고 두런두런 문을 나선다.


다음 주부터는 학생들 시험이라 운동을 오지 못 한단다.

또 바로 방학이니 좀 일찍 마지막 수업을 할 수밖에 없어서 학생들도 사범님도 아쉬워한다.


계속 자세 수정 해 주고 동작을 시범으로 보이고 해도 고쳐지지 않아서

자세를 더 수정해 주고 손, 발 동작도 더 잡아주고 인계하고 싶어 하지만

학생들 스케줄을 맘대로 바꿀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수업을 일찍 했단다.

방학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도 있어서 다 모일 수도 없단다.

태권도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뿐 아니라 생활 속의 태도도 나름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왔단다.

태권도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우선하고 기술습득의 원리를 알려주고 공정 정의 겸손 정직함 등을 강조했단다.


뛰어난 학생 중에 살짝 자신을 나타내려는 모습이 보이면 자중하도록 계속 유도했단다.

조금 서툴러도 대회에 같이 데리고 다니며 자신감을 갖도록 지지했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도록 유도했단다.


생활 속에서도 태권도의 정신이 도움이 될 듯하다.

또 태권도를 배우는 것이 이곳 학생들에게는 희망을 갖는 일이기도 하단다.

음발레를 벗어나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대회에 참가하려면 수도에도 가 볼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하는 국제 대회도 나갈 수도 있으니 꿈을 갖게 되었단다.


아직 2년은 안 되었지만 그동안 배운 것으로 수도 캄팔라에서 하는 대회도 몇 번 데리고 다녔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빠져야 하니 학교와 부모님께 공문을 보내서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대회 나가면 먼저 일정을 끝낸 학생들은 현지 친구들의 도움으로 음발레로 먼저 보내고,

본선에 올라가 다음날 일정이 남은 학생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 하고 일정을 마치고

인솔해 갔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수도 캄팔라에 가는 것도 처음이어서 갈 때마다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학교 외에 다른 곳에서 뭘 배우러 다니는 것은 생각도 못 한단다.

도복은 물론, 연습 물품도 살 수 없어서 모든 비용은 코이카 사무실에 미리미리 결재 올리고,

경비를 받아 요리조리 나눠 쓰며 진행했단다.

학교에서는 전혀 그런 경제적인 도움은 없었나 보다.

그저 교실 빌려 주는 것이 다였다고 한다.

그런 줄 알고 시작한 것이니 말할 것은 없다며 딸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계속 열심히 운동해서 좋은 선수들이 되고, 좋은 사람들이 되길 사범님과 함께 기도했다.


대외적으로(학교, 대학교, 대사관) 시범을 보인 후, 대사관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지 아리랑 TV에서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가 들어와 사범님이 흔쾌히 허락했단다.

멋진 제자들을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돌아오는 내내 카리스마 넘치는 딸 눈치 보며 조용히 말도 잘 들었다. 하하

"엄마! 내 옆에 꼭 붙어서 걸어~!!"

"웅~~"

많은 육아책에서 봐 온 대로 아이들은 집에서와 바깥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니 내 아이를 안다고 해도 다 알지는 못하는 거다.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딸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 둘 일이다. 그래도 집에서는 막내의 모습으로 돌아오겠지만 이젠 어른 대접을 해도 되겠다.

훌쩍 커버린 듯해서 아쉽고 서운하지만 뿌듯하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같이 외출할 때면 엄마를 그렇게 챙기는 딸이 '어린것이 내가 저를 챙겨야지 지가 나를 챙기는 게' 왜 그렇게 낯설었던지.

제자들을 살뜰히 관리하던 책임감과 보호본능에 의한 것이었나 보다.

언제나처럼 '딸의 삶을 축복'하며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리더로 뽑힌 윌슨과 모세

아리랑 TV, 취재하는 카메라감독님



동, 참가, 특별상을 받은 음발레 태권도팀원들


Mbale.s.s. TKD team 편집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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