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대표작 찾기 2/2

노마드 비평 15.

by nomadic critic

4. 『끝없이 웃는 호랑이』, 빛나는


‘동화=안데르센’7),

‘우화=이솝’8)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이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우화=이윤희’로 보아도 좋겠다.


이윤희는

30년 남짓 우화를 꾸준히 펴내고 있으므로

다른 작가들과 뚜렷이 변별된다.

첫 책 『코뿔소에게 안경을 씌워 주세요』(서광사, 1993)에 실렸던 우화 열두 편은

2020년 2월, “동물을 테마로 한 할머니의 이야기는 30권 이상 계속될 것”으로 기획되어

『술래가 된 낙타』, 『뱀의 눈물』,

『펭귄 가족의 스냅 사진』(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을 시작으로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시공간을 확장하며 정체성을 탐구함으로써,

기원전 『이솝 우화』와 결이 다른 우화를 내놓는다.

『‘반허락’ 여우 우화』(고조선)와 「진짜 꽃향기」(신라)에서

한반도에 머물렀던 공간은,

「산들의 회의록」에서

“우리 영토가 가장 넓었던 고구려 시절” 중국 땅까지 연장되었다.

여기에 사막(『술래가 된 낙타』)과

남극(『펭귄 가족의 스냅 사진』)까지

지구 곳곳으로 확대되어 펼쳐지는 시공간은

‘지금 여기’로 한정하지 않고,

『박쥐, 날다』에서

“육천만 년 전, 지금으로 말하자면 남산의 꼭대기쯤 되는 곳.”으로

백악기 즈음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니,

「치타를 위한 진혼곡」에서는

치타가 멸종된 어느 시점을 상정하고

제목에 굳이 ‘진혼곡(鎭魂曲)’을 붙여

미래 시공간을 내다본다.


또 이윤희 우화는

같은 동물이라도 서로 다르게 읽히도록 서술함으로써,

이솝 우화로 굳어진 이미지조차 전복시키는 매력이 있다.

여우는

공작을 먹이로 삼으려고 입에 바른 칭찬(『똘똘이 공작 우화』)을 하거나,

오리너구리를 놀리는 역할(『성급한 오리너구리 우화』)을 맡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의지를 관철(『‘반허락’ 여우 우화』)하고,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호랑이에게 조언자(『끝없이 웃는 호랑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왕다운 왕 사자 우화』에서 사자는

“힘든 과정을 거쳐서 ‘배려’와 ‘차례’와 ‘질서’와 ‘분배’를 배웠고, … 결국 노력과 인내”9)로

사자왕이 되었지만,

「치타를 위한 진혼곡」에서는 독수리의 입을 빌어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 족속들 치사한 것 좀 봐.

배가 빵빵해져서 더 이상 한 입도 먹지 못하면서도 한사코 우리를 쫓아내려 드는 거야.”라고

그려진다.


이렇게 낱낱이 아니라 한자리에 모아 읽을 때,

이윤희 우화는 비로소 제 값어치로 빛날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저학년 그림책으로 출발하였더라도,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이윤희 우화』’가 나올 필요가 있겠다.

『이솝 우화』를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평론가 김지은도

“어려서는 신기한 동물 이야기로만 읽었던 작품이

사춘기가 찾아올 때면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고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는 동양적인 인(仁)의 의미를 다룬 작품으로도 곱씹어보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윤희 철학동화가 지향하는

중층적 의미의 열린 텍스트라는 숨은 목표가 낳은 결과”10)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노래를 부르고 싶은 꿈을 꾸었지만,

엎드린 호랑이 모양의 국악기 ‘어’로서 노래의 일부가 되었어도

마냥 기쁨에 겨워 『끝없이 웃는 호랑이』를 비롯한 우화들을 묶어

이윤희 대표작으로 삼을 만하다.



5. 다시 이윤희, 치열한


이윤희는 우화를

동화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극단을 창단하고,

동물동화들을 차례로 극화하는 작업을 하여

기린, 두더지, 코뿔소를 공연하였고, …

「펭귄 가족의 스냅 사진」은

2013년 김천 국제 가족연극제에서 수상”11)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2020년부터는

새로운 형식의 동요로서 동화 노래를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작가 개인의 스펙트럼을 넓힐 뿐 아니라

대한민국 아동문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로 아동문학 관련 학과를 만들려는 의지로 고군분투한 결과

‘아동문학보육과’라는 국내 최초의 아동문학 관련 학과를 개설”12)하는 데 한몫을 하였고,

평론가 원종찬이

통권 16호를 펴낸 것만으로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기에 충분”(『아동문학과 비평 정신』, 창작과비평사, 2001)하다고 평가한

아동문학 계간지 《아침햇살》을

1995년 3월 창간하여 2012년 6월 제70호(필자 확인)까지 펴낸 발행인이었다.

이렇게 동화작가이며 동요작사가로

대한민국 아동문학이 가지 않은 길을 오늘도 걸어가는 작가,

이윤희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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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간의 허영심을 비웃은 「벌거벗은 임금님」은

「미운 오리 새끼」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두 이야기만큼은 알고 있다.

우리는 옛날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들을 우리의 공통 유산으로 여긴다.

- 재키 울슐라거 지음, 전선화 옮김, 『안데르센 평전』, 미래M&B, 2006, 328쪽.


8) 좀 과장되어 말하면,

우화란 단어는 아이소포스와 동격으로 사용된다고 말할 수 있다.

- 원종익, 앞 책, 7쪽.


9) 김병규, 「왕 노릇은 아무나 하나요?」, 『왕다운 왕 사자 우화』,

파랑새어린이, 2003, 96쪽.


10) 김지은, 앞 글, 568쪽.


11) 이윤희, 「이윤희는」, 『이윤희 동화선집』,

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125쪽.


12) 신형건, 「작가 이윤희와 현대 작가의 정체성에 대하여」,

『한국 아동문학가 100인 작가·작품론 2』(강정규 편저), 스푼북, 2022, 561쪽.


- 출처:《열린아동문학》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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