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십일 세기, 날아 보자 동시조

노마드 비평 11. 《한국동시조》 2022년 하반기호 챙겨 읽기

by nomadic critic


1. 이제는 우주를 담은 동시조가 필요해


남쪽 바다 수면 위로

주먹돌을 날렸다

퐁퐁퐁 어렵사리

물수제비로 떠올랐다


가야 해!

태평양 너머

우주별에 도전했지.


나로도 앞바다에

누리호가 치솟았다

퐁퐁퐁 먼 우주 길

디딤돌이 되었다.


이제야!

다도해에서

꿈 하나가 이륙했지.

- 이정석, 「나로도 앞바다」 전문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2차 발사에 성공하였고,

2023년 1월 현재 대한민국 탐사선 다누리호가 달 궤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쪽배 12호

『휘청휘청~ 우쭐우쭐~ 바다 위를 걸어간다』(동시조〈쪽배〉동인, 리잼, 2022)에

누리호를 노래한 동시조 한 편이 실렸다.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우주를 담은 동시조가 필요하다.

시조(時調)는 본디

3장 형식의 정형시에 가락을 얹어 느릿하게 부르는 노래,

‘시절’가조(時節歌調)인 까닭이다.



2. 어제에 오늘을 담아 올제까지 가 보자


태평양 어느 섬 죽은 고래 뱃속에서

폐비닐 2,600개 플라스틱 3,400개

하느님, 용서하세요, 인간의 저 무지를

- 공재동, 「오, 하느님」 전문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하나로 말미암아

지구 시스템 전체가 바뀌고 있는 21세기,

『휘청휘청~ 우쭐우쭐~ 바다 위를 걸어간다』에서

시의성 있는 동시조를 읽었다.

“문학은 시대를 읽는 잣대이고,

아동문학도 문학”2)이므로

동시조도

마땅히 현실에 눈길을 줄 일이다.


동시조는

“안정된 ‘옛것(형식)’과 신선한 ‘새것(내용)’이 잘 섞여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향유”3)할 만한 장르이다.

지금은 우주탐사와 인공지능이 도약하는 시대지만,

문화 전반에 걸쳐서

어제에 오늘을 담아 올제까지 가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서산편”에서는

바지락을 채취하려고 갯벌로 나가는 경운기 영상에

우리 민요 “옹헤야”를 입혀 연출하였고,

김리을 디자이너는

한복 원단으로 양복 정장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동시조》 2022년 하반기호에서

전통적인 시조 형식(어제)에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행성의 위기(오늘)를 인지하고,

우리가 바꿔 볼 테니(올제)1)

지구도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당부하는 마음을 담아

오채우 어린이가 쓴 동시조를 읽으니 미덥다.

어른들이 현실을 비판할 때,

아이들은 더 먼 시공간까지 내다본다.


지구가 뜨거워져 빙하가 주룩주룩

비닐과 플라스틱 쌓이고 쌓여서

온난화 시작되네 지구야 힘내자!

- 오채우(초등 4), 「지구온난화」 전문


또 물을 아껴 쓰자는 흔한 구호 한마디 없이도

읽는 누구나 알아챌 수 있도록 쓴 「물 한 모금」도 반갑다.

더구나 김영우 어린이는

초장, 중장, 종장을 각 1연으로 삼아

각 장의 4음보를 “물 한 모금”이라는 각운으로 맞추었는데,

세계 시민 의식을 보여 주는 종장에는

기꺼이 ★ 하나 더 주고 싶다.


목 마르다 마시는

행복한 물 한 모금


이유없이 마실 땐

별로인 물 한 모금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소중한 물 한 모금

- 김영우(초등 6), 「물 한 모금」 전문



3. 즐겁게 동시조 쓰자 우리 모두 다 같이


따려고 던진 돌에

항아리 깨진 소리


이놈들 불호령에

재빠르게 도망쳤다


저녁상

밥상머리에

다독이던 할머니.

- 김옥중, 「살구」 전문


울타리 감고 오른

골목대장 나팔꽃


아침마다 빵빠라밤

일어나라 깨우지요


후다닥 뛰어가는 나

신발도 바꿔 신고

- 박미자, 「오늘도 지각」 전문


《한국동시조》 2022년 하반기호에

재미있는 동시조가 여럿 보인다.

보편적 서정을 노래한 「살구」와 「오늘도 지각」은

동시조인이 내용에 드러내지 않은 제목을 읽어야

비로소 제대로 이야기가 된다.

「살구」는 제목부터 읽으면

“살구 따려고 던진 돌에 항아리 깨진 소리”가 되고,

「오늘도 지각」은 시조 끝에 이어서 제목을 읽으면

“신발도 바꿔 신고 오늘도 지각”이 되어 즐겁게 읽힌다.


강가의

자갈밭에서

납작 돌을 던져서

몇 발을 걷는지

물수제비 뜨는 날


연습이

이기는구나

물, 수, 제, 비, 퐁, 퐁, 퐁.

- 안영선, 「물수제비」 전문


「물수제비」는

초장과 중장을 1연으로 묶고 종장을 2연으로 놓았는데,

“물, 수, 제, 비, 퐁, 퐁, 퐁.”으로 써서

일곱 발 걷는 물수제비를 시각화하여 보여 주는 작품이라 재미있다.

물수제비를 일곱이나 뜨려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연습이 결과로 나타나 다행이다.


어린이가 쓴 동시조 「꺄르르 술래잡기」도

동시조인 작품 못지않게 멋지다.

초장, 중장, 종장에서 1구씩, 2구씩을 따로 모아서 이어 읽으면

“술래는 돌개바람, 아이들 잡으려고, 쌔앵쌩 빨리 달리”고,

“애들은 마라토너 술래에게 잡힐까 봐 우다다다 도망가”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이사랑 어린이가 의도를 가지고 썼을까?

시각적 효과가 새로워서 유쾌하다.

시조를 쓰면서 어린이도 즐거웠으리라 짐작하며, 독자도 즐겁다.


술래는 돌개바람, 애들은 마라토너

아이들 잡으려고, 술래에게 잡힐까봐

쌔앵쌩 빨리 달리네, 우다다다 도망가네

- 이사랑(초등 5), 「꺄르르 술래잡기」 전문


이렇게 어린이들이

놀이 삼아 마음껏 시조를 쓰기 바란다.

어려서부터 시조를 즐겨 읽고 쓴다면,

조기축구나 아마추어 바둑처럼 시조 장르가 일상에 스며들 것이다.

그러면 품격 높은 동시조(와 시조) 독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나아가 동시 독자, 동화 독자처럼

동시조(와 시조) 독자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니까,

임희원 어린이와 이승호 어린이는

동시조를 쓰면서 마음이 좀 후련해졌으리라.

그리고 이승호 어린이와 어머니가 동시조로 잔소리를 주고받으면,

모자(母子)가 사춘기를 조금쯤 덜 힘들게 지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방학엔 게임하고

방학엔 늦잠 자고


방학엔 과자 먹고

방학엔 센터 가고


방학이

너무나 좋다

방학이면 좋겠다

- 임희원(초등 4), 「방학」 전문


나는야 이승호 움직이기 귀찮아

엄마가 잔소리해도 절대로 안 움직여!

내 이름 크게 불러도 절대로 안 움직여!

- 이승호(초등 6), 「안 움직여!」 둘째 수



4. 모임에 늦은 사람은 시조 한 수 읊을까


석교중 체험 왔다 시에그린 박물관

시조 배우고 직접 지어도 보고

기대돼 우리 친구들 얼마나 잘해 낼까

- 조숙희, 「체험학습」 전문


진도군 석교중학교에서 시에그린 박물관에 체험학습을 왔다가

그 자리에서 시조 쓰기를 한 모양이다.

《한국동시조》 2022년 하반기호에는

석교중 청소년이 쓴 동시조 「시 쓰기」(김수현), 「배고파」(소찬미)와 함께

교감 선생님이 쓰신 시조도 한 수 실려 있어 보기에 좋다.

선생님과 제자의 시조가 함께 실린 일은 남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남녀노소 모두

일상에서 시조를 쓰는 문화가 자리 잡을 방법은 무엇일까?

후래자삼배(後來者三盃)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는 모임에 늦은 사람은

술 석 잔 마시는 대신 시조 한 수 읊으면 어떨까?

동화작가가 되겠다고 공부를 시작한 지 스무 해 훌쩍 넘겨서

어느 날 평론가로 등단했다는 소식에 놀랐을 벗님들에게

깜짝 선물로 시조 한 수 읊어 주어야겠다.


쓰는 일 즐거워도 읽는 일이 더 좋아서

내 삶은 작가 아닌 독자인가 싶었다가

읽고서 내 글도 쓰는 비평가가 되었지

- 정소금, 「나란 사람」



1) 어제(옛 때)-오늘(온 날)-올제(올 때),

‘내일’이나 ‘미래’ 대신 순우리말 ‘올제’를 써 보았다.


2) 졸고,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선재도 함께」,

『한국 아동문학가 100인 작가·작품론 3』(강정규 편저), 스푼북, 2022, 514쪽.


3) 김용희, 「동시조, 그 시조의 참맛과 시로서의 격」,

《동시발전소》 10호, 2021 여름, 68쪽.


- 출처: 《한국동시조》23, 2023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