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조 황금기 올까,
블루오션 장르로 1/2

노마드 비평 12.

by nomadic critic

1. 생성형 인공지능은 동시조도 써낼까


학교에서

물놀이를 하러 들어간다


고구마를 먹고 나서

물총놀이도 한다


모도는

아름다운 곳

사람들도 착하다

- 이도윤(초등 4), 「모도」 전문


생성형 인공지능(GAI,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이

동시도 쓰고 동화도 쓴다는데,

‘모도’를 소재로 동시조를 요구하면 그럴듯한 작품을 출력해 낼까?

인공지능에게 ‘모도’라고만 제시하면,

지정학적 위치를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모도리’나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모도리’로

설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동시조》 2023년 상반기호에 실린 「모도」는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모도리’를 글감으로 삼은 동시조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진도 모도를 소재로

“모도는 / 아름다운 곳 / 사람들도 착하다”를 생성하더라도,

‘진도 의신초등학교’ 이도윤 어린이가 쓴 동시조에서처럼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렵겠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탐색한 결과물을 도출하는 인공지능 시대,

동시조 장르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디지털 데이터 세트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생성형 인공지능 등장으로 어수선해진 어린이문학 동네에서

동시조는 블루오션 장르일까?

“2021년 문학진흥법 개정으로,

문학의 한 갈래(장르)로 인정되어

8백 년 만에 처음으로 〔문학의 정의〕라는 개념에 포함”된 시조가

드디어 활짝 날개를 펴고,

『오늘부터 쓰시조』(헤겔의휴일, 2021)에서 김남규가 말했듯이,

“전 국민이, 나아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한국동시조》 2023년 상반기호와 하반기호(이상 고요아침)에서

현재 어린이와 동시조인 들이 쓰는 동시조 작품을 읽으면서,

동시조 장르가 황금기를 맞이할 방법을 모색해 본다.

여기에 초등학생 동시조 모음

『나무가 나랑 닮았다』(동시조를 사랑하는 선생님 모임 글꽃지 엮음, 유성규 감수, 도토리숲, 2021)와

동시조 〈쪽배〉 동인이 항해 30주년을 맞아 펴낸

동인지 12호 『휘청휘청~ 우쭐우쭐~ 바다 위를 걸어간다』(리잼, 2022)를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2. 일기와 독서감상을 동시조로 써 볼까


우리집에 조그만 녀석 콩이가 살러 왔다

콩이는 햄스터 이름 나만 좋아한다

손가락 쑥 내밀었더니

내 손가락을 문다


콩이는 화장실에서 똥을 안 싼다

청소해 둔 샤워장에서 똥을 싼다

똥누기 싫어하면서 화장실 뒤는 왜 좋아?


콩이가 드디어 쳇바퀴를 돌돌 돌

여전히 화장실에서 똥을 안 싼다

생명은 정말 신기해

앞으로 내 동생하자

- 김루하(초등 2), 「콩이의 관찰일기」 전문


《한국동시조》 2023년 상반기호에는

집에서 기르는 햄스터 콩이를 관찰한 내용으로 쓴 연시조가 한 편 실려 있다.

이만하면 줄글로 일기장 두 바닥 쓰는 것 못지않다.


그리고 『나무가 나랑 닮았다』에 실린 다음 작품 「걸릴 뻔했다」도

동시조일기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2014년에 초판 출간되었던

『내 동생이 드디어 검은 콩을 먹었다』 개정판으로,

초등학교 어린이 114명이 짓고 그린 동시조 모음이다.


집에서 공부하기

수업보다 더 지겨워


만화책 꺼내 놓고

등 돌려서 보는데


엄마가 문 여는 소리

재빠르게 공부 시작

- 윤재원(초등 3), 「걸릴 뻔했다」 전문


「걸릴 뻔했다」에는

화자 심리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고,

「콩이의 관찰일기」에는

화자가 여러 날 지켜본 햄스터에게 갖게 된 애정이 엿보인다.

일기는

그림일기, 만화일기, 생활일기, 관찰일기,

동시일기, 편지일기, 여행일기, 감상일기(독서감상, 영화감상)처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쓸 수 있고,

이제 동시조일기를 보태도 좋겠다.


『나무가 나랑 닮았다』 끝에

「동시조 짓기 참 쉬워요」에서 이혜경 시조시인은

어린이들이 동시조를 쉽게 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서,

“독서감상문을 동시조로 짓는 것도 아주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지만,

정작 이 책에는 독서감상을 쓴 동시조가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동시조》 2023년 상반기호에서

독서감상 동시조를 찾을 수 있다.


강아지똥아 강아지똥아

쓸모없다고 울지 마


네 똥이 거름이 되어

예쁜 꽃을 피어내듯


세상은 노력한 자에게

희망의 별이 뜨지

- 서지희(초등 4), 「강아지 똥」 전문


독서감상은

시, 만화, 감상문, 감상화처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동시조도

독서감상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


(사)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현대시조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시조의 날” 선언문을 보면(2006년 7월 21일)

“시조는 … 세계 유일의 문학적 형식이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당당한 고유의 민족시 장르”라고 하였다.

바로 그 까닭으로

동시조(와 시조) 데이터는

한국어로 쓰인 동시(와 시) 데이터와 견주더라도 매우 부족하다.

그러므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시조 율격에 맞추어 일기나 독서감상을 동시조로 내놓기란

데이터 접근성에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동시조는

장르적 편향성으로 말미암아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 부족으로

잊힐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역설적으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동시조는

블루오션 장르가 될 기회이다.

가장 먼저

동시조 데이터 규모를 충분히 늘려야 한다.

3장 6구 45자 안팎 시조 형식에 맞추어 내용을 담아 제출하려면,

인공지능 도움 없이 인간 지능으로 쓸 수밖에 없다.

이때 동시조를 수행평가 형식으로 삼는 방법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어려워진 학습 평가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빈약한 동시조 데이터를 AI에 충분히 제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괜찮은 AI입니다』(오승현, ㈜자음과모음, 2022)에 따르면,

인간이 인쇄술을 개발한 이래로

2006년까지 기록된 정보의 총량은 대략 180엑사바이트EB인데,

2006년에서 2011년 사이에 축적된 정보의 총량은

그것의 열 배인 1.8제타바이트(1800엑사바이트)ZB나 된다.

그리고 2013년 조사를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저장된 총 정보량은 4제타바이트로

2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정보는 점점 더 빨리 쌓이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동시조를 활발히 창작하여,

지금까지 누적된 동시조 데이터량보다

훨씬 빨리 많은 데이터를

기하급수적으로 축적할 방법을 강구한다면,

동시조는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1) 김홍열, 『시조의 정체성과 현대시조 창작법』, 국학자료원 새미(주), 2022, 221쪽 정리.

※ 문학진흥법 제1장 총칙 제2조(정의) 1.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 등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작품으로서

시, 시조, 소설, 희곡, 수필, 아동문학, 평론 등을 말한다.


- 출처: 《대구아동문학》 67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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