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비평 13.
3. 동시조 데이터 쌓자, 편향되지 않도록
오페라 가수들이 마이크 없이 신기했다.
투란도트 공주 문제 못 맞추면 죽는다
슬프다! 모진 고문 끝에 죽고마는 시녀 류가
- 윤서연(초등 5), 「투란도트」 전문
《한국동시조》 2023년 하반기호에 실린 「투란도트」는
오페라 〈투란토드〉 공연 감상을 동시조로 쓴 작품이다.
이처럼 동시조는
일기나 독서감상뿐 아니라
음악, 미술, 영화 어느 예술 장르든 감상을 쓰기에 좋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공지능은 편향성이 한 가지 문제로 제기된다.
『나는 괜찮은 AI입니다』에서 읽을 수 있듯이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학습 재료와 같고,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데이터로부터 일정한 규칙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학습하는데,
이때 데이터 자체가 편향돼 있을 수 있다.
제공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머신러닝은
데이터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고,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역시
비슷한 편향성을 띠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향성은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강화되므로,
인공지능이 동시조보다 데이터 양이 많은 동시를 학습하고 출력할수록
동시 데이터는 동시조 데이터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환경에
인공지능이 학습할 동시 장르에 견주어
한참 부족한 장르적 편향성을 극복하려면,
동시조 디지털 데이터를 누적할 필요가 시급하다.
더불어 동시조 소재와 주제도 편향되지 않도록 다채로운 작품을 창작하여야겠다.
그러므로 어린이가 쓴 동시조 「투란도트」와 함께
《한국동시조》 2023년 상반기호에서 〈아동문학가가 쓴 동시조〉에 실린
「더 글로리」에도 주목해 보자.
잔디밭에 잡초처럼
여기저기 핀 민들레
꽃샘바람이 흔들어도 노랑 빛 꿈을 피웠다
여태껏
받은 시달림
꽃물결로 바꾼 오늘
- 김종헌, 「더 글로리」 전문
초장, 중장, 종장을 각 1연으로 삼고
초장을 2행, 중장을 1행, 종장을 3행으로 배치한
이 작품의 소재는 ‘민들레’가 아니라,
드라마 〈더 글로리〉로 볼 수 있다.
작품 끝에
“더 글로리(The glory) :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제목에서 따옴.
원뜻은 영광,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각주를 달아 놓아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드라마 시청 감상 동시조인 셈이다.
독자는 이 동시조에서
민들레와 학교폭력 피해자를 동일시하면서,
동시조인의 응원도 읽을 수 있다.
《한국동시조》 2023년 상반기호에서
제목에 ‘봄’이 드러난 동시조는
「새침한 봄」, 「봄빛 3」, 「봄빛 4」, 「봄의 소리」,
「봄비」(이보영), 「궁금한 봄하늘」, 「봄비」(이경주),
「봄」, 「눈길 닿는 곳마다 봄」으로 아홉 편이다.
그리고 《한국동시조》 2023년 하반기호에는
「서울역 봄비」, 「봄소식」, 「봄벌레」, 「새하얀 봄처럼」으로 네 편이 실려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조집으로 알려진
『꽃가지를 흔들듯이』(가람출판사, 1979) 작가인 동시조인 정완영의
『정완영 동시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15)에는
‘1부 엄마 목소리’에서 「한강의 봄」, 「봄비」, 「봄 오는 소리 1」,
「울 엄마 봄」, 「관악산 봄」, 「초봄」, 「봄」, 「봄날」, 「외갓집 봄」까지 아홉 편과
‘2부 꽃가지를 흔들듯이’에서
「봄편지」까지 모두 열 편을 읽을 수 있다.
또 “우리 문단 안팎에서 해양 문학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 기폭제”가 되기 바라면서,
“오로지 ‘바다 시(詩)’로만 묶”었다는 쪽배 동인지 12호
『휘청휘청~ 우쭐우쭐~ 바다 위를 걸어간다』에서도 한 편 「봄 캐러」와
어린이 동시조 모음 『나무가 나랑 닮았다』에 한 편 「봄 향기」가 실려 있다.
이처럼 ‘봄’을 제목으로 삼은 동시조 데이터는 꾸준히 쌓이고 있으므로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봄’으로 동시조를 요구하면,
어렵지 않게 생성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드라마 〈더 글로리〉’를 소재로 시조를 요구한들
과연 「더 글로리」 같은 메타포(metaphor)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러니 어디 책을 읽은 감상뿐이랴.
독서감상 동시조 대회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평 동시조 대회, 전시 관람 감상 동시조 대회 개최도 고려할 만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출입벽에
시조집 『맹물 같고 맨밥 같은』(박명숙, 고요아침, 2022)에 실린 시조 「반가사유」가 걸려 있으면,
전시실에 들고날 때 눈길이 갈 만하다.
이 시조를 읽으면 반가사유상 이미지가 떠올라,
마주하고 선 느낌이 든다.
입꼬리만큼 마음의 꼬리를 끌어올리고
사유는 반만 접어 무릎 위로 올린다
그믐을 흘러들어온 달빛이 정박 중이다
떠날 듯 머무를 듯 잠길 듯 떠오를 듯
뺨에 물린 손가락으로 고요를 짚는 동안
눈초리 휘어진 달빛이 그믐을 빠져나간다
- 박명숙, 「반가사유」 전문
전시도록 설명을 시조로 싣는다면,
우리는 문화재를 유물뿐 아니라 문학으로도 남길 수 있겠다.
또 새해 달력에 달마다 어울리는 동시조 한 편씩 담아내거나,
단오 선물로 주고받는 부채에 동시조 한 편씩 얹는 방법 등
동시조를 일상에 활용할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시점이다.
이때 비록 시조 장르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만 담아내는 그릇으로 인식하면
새롭고 다양한 시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일반인들에게까지 문학성을 무리하게 요구한다면 동시조 확산은 요원하다.
그러므로 동시조인(과 시조인)들은 품격 있는 시조 창작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3장 6구 45자 안팎 시조 형식을 기본으로 지키되
동시조(와 시조) 창작과 확산에 유연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4. 지금은 동시조 시대, 너도나도 써 보자
살펴본 바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동시조 데이터가 장르적 편향성으로 말미암아 잊혀진 장르가 되지 않으려면,
동시조 데이터 규모를 충분히 늘리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지금이야말로 동시조가 황금기를 맞이할 기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혜경 시조시인은 앞글에서
“동시조는 동시처럼 어른들이 어린이 대상으로 쓴 시조나 어린이들이 직접 쓴 시조”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국동시조》 2023년 상반기호와 하반기호에서
일기, 독서감상, 드라마평처럼 현장에서 다양하게 창작되고 있는 동시조를 읽어 보았다.
어린이부터 일기나 독서감상을 동시조로 쓰거나
영화평과 미술평도 마흔다섯 자 안팎의 시조 율격이나
시조 종장 ‘3, 5, 4, 3’ 음수율에 맞추어 한 줄 평처럼 쓰는 일이
트렌드(trend)가 된다면,
동시조(와 시조)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축적되어
짧은 시간 안에 이제까지 누적된 데이터 양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여기에 수행평가 형식으로 삼거나
동시조 달력 등 시조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보았다.
더불어 김용희 평론가가
「동시조, 그 시조의 참맛과 시로서의 격」(《동시발전소》 2021 여름)에서 언급했듯이,
동시조인들이 “‘시조의 맛’을 살리면서
‘시의 격’을 갖”추어 쓴 문학성 있는 작품을 창작한다면, 생
성형 인공지능에게 멋들어진 동시조를 가르칠 기회일 수 있겠다.
“전 세계 한류 팬 2억 명 돌파,
글로벌 대중문화로 자리 잡아”(강성철, 연합뉴스, 입력 2024/3/14) 기사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최근 발간한 ‘2023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한류 팬은 2012년 926만 명에서 2023년 12월 기준 2억2천500만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 문화(K-culture)가 지구인들에게 스며들고 있는 21세기,
시조(와 동시조)도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창작할 수 있는 장르가 될 수 있다.
또 『오늘부터 쓰시조』에서는
현재 몇몇 시조 관련 학계와 단체에서
시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또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한 지금이
동시조의 시대일 수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제대로 된 동시조를 출력하기 어렵고,
동시조가 명맥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데이터 입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시조야말로 블루오션 장르가 될 수 있다.
자, 이제 너도나도 동시조를 써 보자.
새로운 비평 형식 시조로 비평하기
짧게는 열다섯 자 한 줄 평2) 시조 종장
길게는 마흔다섯 자 시조 한 수 세 줄 평3)
- 졸저, 「손바닥 비평」
2) ※ 어린 날 마음속 친구 헤어져야 할 시간 – 신복순 그림책 『가슴이 쿵쿵쿵』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구 경북 작가들 – 김종헌 평론집 『포스트휴먼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
열일곱, 그 누구라도 눈부시게 빛나길 – 이경순 청소년소설 『낯선 아르바이트』
허투루 피지 않는다, 이름 모를 꽃조차 – 한현정 장편동화 『대가야의 달빛 소녀』
겹겹이 눅눅한 마음 볕 좋은 날 널어 봄 – 김영은 그림 에세이 『소소해도 소중한 내 삶이니까』
꿈꾸는 훌라후프가 보름달이 되는 법 – 이민정 동화집 『다이노 섬은 빙글빙글』
3) ※ 때때로 귀보다는 눈이 더 낫다지만
때때로 눈보다는 코가 더 밝다지만
그보다 시인이 가진 따듯하게 날 선 맘 – 신홍식 동시집 『서로가 꽃』
헌책을 새 책으로 꾸미는 세탁책방
묵은 책 읽는 일은 주인공 살리는 일
반가워, 도깨비 나라 책방 아들 도책비 – 류근원 장편동화 『세탁책방 할머니』
사람도 까마귀도 사는 건 모험이지
떠나는 선택이든 머무는 선택이든
스스로 책임져야 할 자기 몫의 무게지 – 한은희 동화집 『집오리 높이 날다』
- 출처: 《대구아동문학》 67호,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