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이 정도로 큰 어른이
인생의 변화를 주도하고 현실에 충실하는 삶이 부럽다.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 해내고 상황에 맞춰 삶의 방향을 트는데 주저함이 없고 또 그 방향에 맞게 준비하고 나아가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렸을 때 상상한 나의 모습도 이런 거였는데 지금의 난 그 무엇도 되지 못했다. 그저 여전히 그 자리를 맴돌 뿐.
불안하니 자꾸 비교하기 시작한다. 쟨 월급이 얼마일까, 돈을 얼마나 모았을까, 난 왜 이럴까. 살면서 이런 비교를 한 적이 없는데 최근 들어 심해진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돈이 전부인 세상이라는 걸 깨달은 때 묻은 어른이 되었나 보다. 아니면 어려울 때 도움이 되긴 힘들겠다 싶은 나의 통장잔고를 보며 지나온 길에 대한 후회일까.
한 번 사라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내 존재마저 부정하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하자는 불씨가 타올라 노트북을 켜고 그동안의 일을 정리하다가 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다. 이게 될까?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우연히 어릴 적 사진을 보게 됐다. 누군가의 손길로 잘 정돈된 어린이더라. 그런 어린이가 이런 어른이로 커버리다니 그 정성이 고작 이 정도라니 참 보람도 없겠다 싶어 눈이 촉촉해진다. 날 뭘 믿고 키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