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마지막 날 스친 온기

아니 25년이 끝이라고?

by 민승연

매년 연말이면 하는 말 '아니 벌써 끝났다고?'. 근데 유독 25년은 더 빨랐으며 연말 느낌이 없다. 나만 그런가? 매년 연말과 연초는 괜히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국제적인 대한민국답게 만 나이로 바뀌어서 그런지 눈 감았다 뜨면 한 살 먹는 게 아니라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12월 31일 아니면 1월 1일에 강아지와 함께 네 컷 사진을 찍는 연례행사를 갖고 있다. 해마다 찾는 네 컷 사진관이 있는데 거길 가는 이유는 날짜가 찍히기 때문이다. 방금 전에 25년 12월 31일이 찍힌 강아지랑 찍은 사진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왔다.

늘 다니던 산책코스를 지나쳐 사진관으로 가기 위해 집 앞 공원에서 안고 있던 강아지를 내려놓는다. 내려놓자마자 역시 우리 강아지는 실외배변견다운 행동부터 한다. 뒤처리를 하고 있으면 꼭 뒷발로 차는데 그걸 보고 지나가는 아저씨의 한마디 '아이고~ 추워서 그래? 추워서?'.

사진을 찍고 집 앞에 들어서니 내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등장했다. 그리고 오토바이에 내려서 아파트 현관으로 가던 그는 턱에 걸려 넘어졌다. 바로 그 옆을 지나가던 옆 동에서 나오던 하얀 후리스를 입은 남성이 달려와 다급히 외친 한마디 '괜찮으세요?! 조심하세요'.

각자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또 이런 순간들을 마주치면 그래도 같이 사는 세상인가 보다 싶다. 괜히 느껴버린 스쳐가는 따뜻함이 묻은 문장의 온기가 나한테 옮겨 붙어 마무리되는 25년 12월 31일의 밤.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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