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쁜 얼굴과 몸매로 어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아주 꾸준히 이성을 만나고 연애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는 나의 매력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매력을 하나하나 쓰는 것은 지극히 나르시시즘적인 행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중 몇 가지 만 말해보겠다.
출중한 요리 실력
나는 자타공인 요리요정이다. 다년간의 자취 생활과 맛없는 것은 안 먹겠다는 의지가 아빠와 똑 닮은 덕에 나는 맛없는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한번 내 음식을 맛본 사람은 모두 엄지손을 치켜들고 칭찬하는 솜씨이다. 내 매력 중에 요리 실력을 첫 번째로 꼽는 이유는 얼굴 이쁜 여자는 3년, 요리실력 좋은 여자는 평생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 스스로가 나는 거기에 해당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몇 년 전 잠시 데이트를 했던 M은 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다며, 관계가 끝난 후 1년이 지난 후에도 연락 온 적 있었다. 내 손맛은 역시 잊을 수 없다 보다.
자신감
나는 내 스스로의 장점 99가지와 단 한 가지 단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한 포지셔닝을 잘할 수 있었고, 그래서 연애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웬만하면 자신감 있게 모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책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후에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연애도 잘할 수 있었다는 작가의 글을 읽은 적 있다. 어쩌면 나도 내가 잘하는 것, 내 장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며 그 자신감을 원천으로 연애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위주로 상대에게 어필하는 것. 그런 전략 또한 연애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애주가
공식적으로는 20대 이후 비 공식적으로는 16세 이후, 나는 자타공인 애주가에 술을 참 맛있게 잘 먹는다. 그래서 연애의 기회도 많았다. 20대에는 술의 기운을 빌려 수줍은 고백도 쉬울 수 있었고, 30대에는 술 때문에 좀 더 농염한 대화가 가능했다. 소개팅 장소도 파스타집보단 이자까야를 선택했던 나였다.
P와 서로를 알아가던 소위 썸을 타던 시절,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의 필살기 세 개를 모두 사용했다. 특히 우리에게 불꽃이 필요했던 주말 데이트에 나는 요리 필살기를 사용했었다. 처음으로 주말 데이트를 제안한 P는 타오디엔의 브런치 가게 또는 쌀국수집 등 여러 옵션을 제안했고, 나는 그에 " 떡볶이는 어때? 나 떡볶이 진짜 잘 만드는데?"라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영화에서 보는 그 매운 음식을 실물로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는 당연히 떡볶이 먹고 싶다고 답했다. 떡볶이 is 뭔들. 맵고 단 떡볶이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 그 누가 있을까? 그날 우리는 매운 떡볶이를 먹은 빨간 입술로 첫 키스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