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김구이의 (그나마) 갓생 살기 프로젝트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하루하루 시간을 날려 보내며 끝없이 무기력해지는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힘차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가장 먼저 떠올랐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해야 한다. 그게 신나게 노는 일이든, 나를 위한 계발이든. 하지만 무기력한 상태에서 알찬 시간을 계획하고, 지키지 못하고, 또다시 무기력해지는 사이클은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다.
이번 여름은 내가 처음 맞이하는 대학교의 방학이었다. 방학 동안 나는 토익 강의를 끊었지만 제대로 듣지 않아 얼마 하지도 않은 앞 내용마저 까먹었고, 베이킹을 취미로 삼고자 시도해봤지만 얼마 가지 않아 시들어버린 열정에 포기했으며, 서점에 가 열심히 고른 책을 한 페이지도 넘기지 않은 채 며칠째 같은 자리에 두었다. 부지런한 엄마가 일어나는 새벽 시간에 잠이 들어 오후가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하고, 불규칙한 식사를 한 뒤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는 일상.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어제 나는 하루 종일 멍하니 생각했다.
나는 방학 동안 무엇을 했는가.
알바가 구해지지 않아 돈을 벌지 못하면 공부라도 하라는 이모부의 말이 이제야 와닿는 듯했다. 공부가 잘 안 되면 신나게 물놀이를 다니라는 아빠의 말도 이제야 후회로 다가왔다.
그런데...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글. 고등학생 땐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마다 글을 써서 감정을 풀어가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나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보다 글 자체의 완성도를 더 우선으로 하는 거 같아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생각 없이 살 거라면 다시 글을 쓰며 집중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나를 돌아보자니 너무 엉망으로 보여서 어디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늘 그래 왔지만 늘 꾸준히 가지 못했던, 기본부터 다져볼까 한다. 어쩌면 여태 나는 기본이 되지 않은 내 생활과 마음에 수박 겉핥는 듯 무의미한 활동들로 시간을 채워나가지 않았나 싶다.
물론 꾸준히 유지하는 기본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사람들은 기타를 처음 배울 때 빨리 기본 코드를 벗어나 멋진 연주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기본 코드를 완벽히 배우지 못하면 연주가 삐걱거리고, 다시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과정을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코드의 완벽한 소리를 내는 데에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간을 견뎌내야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연주를 즐거운 마음으로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우리의 일상도 똑같다. 토익 고득점을 달성하고 싶지만 오후에 일어나는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베이킹을 취미로 삼고 싶지만 오래 누워있는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도전할 수 없고, 나를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독서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거창한 목표는 세우지 않을 것이다. 아니, 잠시 미뤄둘 것이다. 크고 멋진 목표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오래 걸리고 지키지 못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기본을 다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목표 - 기본 생활습관 가꾸기>
1. 수면 패턴 바꾸기
내 생활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기상 시간을 조금씩 줄이려고 했지만 어차피 며칠 뒤 학기가 시작되면 8시에는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2시 전 취침 8시 기상을 목표로 잡는다. (참고로 내 취침 시간은 4~5시, 기상 시간은 평균 12시 정도이다.)
2. 핸드폰 사용 시간 줄이기
드라마에 한 번 빠지면 하루가 가는 줄도 모르고 정주행을 하는 습관이 있다. (요즘은 이종석 주연 [빅마우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다면 하루 한 편을 목표로 하고, 그 외의 핸드폰 사용 시간은 하루 3시간 이내로 줄인다. 단, 학업, 인스타툰, 블로그 등을 위한 아이패드 사용 시간은 제외한다.
3. 가계부 작성하기
8월 29일은 2학기의 처음이자 알바의 처음이다. 본가와 떨어져 지내는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매일 지출 가계부를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착실하게 지켜지지 않을 것이 눈에 보여 어느 정도 밀리는 것은 차츰 고쳐나가기로 한다.)
4. 매일 방 청소하기
본가에서 방 청소를 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에 지나지 않지만, 자취 후 자취방을 청소하지 않으면 위생, 청결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취 시작까지 미루지 않고 매일 방을 청소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한다.
5. 독서 또는 공부하기
방학 동안 독서와 공부를 할 시간이 아주 많았는데 하지 않아 시간을 꼭 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학 후엔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기 때문에 여유가 줄어들지만 시간이 없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기에 하루 독서와 공부 합 최소 2시간을 목표로 잡고 늘려가도록 한다.
6. 운동하기
잘못된 수면 패턴과 함께 몸이 피로해지는 것을 느끼고 허리와 어깨가 굽어 곧은 자세로 앉아있으면 통증이 느껴진다. 하루 30분 정도 자세 교정 스트레칭을 목표로 한다.
부끄럽지만 나는 계획을 세운 것만으로도 무기력을 조금이나마 해결한 듯하다. 하지만 매번 지키지 못한 계획을 세울 때마다 느꼈던 감정일 뿐,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 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내 생활을 한순간에 뒤바꿀 순 없겠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목표 달성을 향해 노력할 것이다. 파이팅 김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