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가장 성스러운 한 달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매년 한 번, 전 세계 무슬림들의 가장 큰 종교 행사인 라마단(Ramadan)이 시작된다. 이 시기는 이슬람력으로 9월에 해당하며, 이슬람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365일의 태양력과는 달리 354일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을 따른다. 이로 인해 전 세계가 사용하는 태양력 기준으로는 매년 라마단의 시작일이 달라진다. 정확한 시작일조차도 미리 정해지지 않으며, 각 이슬람 종파의 대표 이맘들이 달의 움직임을 관측하여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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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라마단 기간 첫 식사인 이프타르(금식을 깬다) 모습/(오른쪽)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라마단 기간 중 암만 시내

한 달간 이어지는 라마단은 신성한 절제와 인내, 그리고 공동체적 나눔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외국인들이 경험하는 낯선 문화와 예상 밖의 풍경들도 존재한다.


라마단의 하루는 해가 뜬 직후부터 해가 지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철저한 금식으로 구성된다. 이 금식은 단지 음식만을 절제하는 것이 아니다. 물은 물론, 담배, 껌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기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은 바로 해가 지는 시간이다. 모스크에서 하루의 금식이 끝났음을 알리는 아잔(Azan) 소리가 울려 퍼지면, 금식을 마친 사람들은 오랜 인내 끝에 허기와 갈증을 달래는 식사를 시작한다.


요르단의 어느 식당에서 마주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식탁 위에는 이미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지만, 온 가족은 그저 음식을 바라보기만 했다. 어린아이가 조심스레 손을 뻗자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조용히 아래로 내렸고, 아이는 다시 손을 들어 올리기를 반복했다. 갓 구운 양고기의 향이 식욕을 자극하던 그 순간, 마침내 아잔 소리가 울리자 가족들은 말린 대추야자를 입에 넣으며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친 뒤, 기다렸다는 듯 식사를 시작했다. 긴 침묵과 절제가 순식간에 활기찬 소리와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이 장면은 이방인의 눈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비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경건한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마단은 무슬림 사회에서 가장 소비가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라마단이 다가오면 요르단 전역에서는 의류, 가전제품, 식료품 등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이 이뤄진다. 대형 마트는 라마단 음식 전용 코너를 따로 설치하고, 영업시간 역시 새벽까지 연장된다. 해가 진 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마치 명절을 즐기듯 쇼핑을 하고, 친지나 친구 집에 모여 식사를 함께 나눈다. 어떤 집들은 달이나 별 모양의 조명으로 집을 장식하며 이 시기를 축하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은 마치 한국의 설날이나 외국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킨다.

반면, 낮 시간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은 문을 닫고,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같은 외국계 기업조차도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낮 시간 영업을 중단한다. 음식은 포장만 가능하며, 매장 내 섭취는 금지된다. 외국인이라 해도 거리에서 음료나 음식을 섭취하는 일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심코 물을 마신 유학생이 지나가던 현지인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고, 기독교인 현지 교사가 차 안에서 음식을 먹다가 종교 경찰에게 적발된 사례도 있다. 관광객이나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점점 더 많은 식당들이 낮에도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 가림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는 이러한 식당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 역시 라마단 기간 중에는 외부에서의 행동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하지만 때때로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해 몰래 커피를 마시며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 말라는 것에 더욱 끌리는 인간의 심리는 이런 종교적 상황에서도 여전히 작동한다.


하루 종일 금식을 이어온 사람들은 점차 예민해지고, 특히 아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실제로 라마단 기간에는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집에 도착해 식사를 하기 위해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때로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라마단 기간에는 모두가 금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 노인, 환자, 여행자는 금식의 예외로 분류된다. 언뜻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이유를 묻자, 그는 몸이 아파서 금식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로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픔을 알 길이 없었지만, 그 역시 신앙의 규율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믿음을 실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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