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주(酒)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믿는 자들이여, 술과 도박과 우상 숭배와 점술은 사탄이 행하는 불결한 것들이니 그것들을 피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번성하리라.” (꾸란 5:90)


"많은 양으로 취하게 하는 것은 물론, 적은 양이라도 취하게 하는 것도 금지되며, 한 잔만 혹은 한 모금만 마신다는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하셨다. 술은 모든 악의 근원이며, 가장 수치스러운 해악이다. 술을 제조하고, 거래하고, 마시고, 나르는 모든 이가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고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술을 제조하는 자, 그 술로 이익을 취하는 자, 술을 마시는 자, 운송하는 자, 가져오는 자, 따르는 자, 파는 자, 술로 돈을 버는 자, 사는 자,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술을 사는 자 모두에게 저주를 내리신다고 했다"


이슬람 연구 재단은 이에 대해 소책자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술이 하나의 질병이라면, 그 질병은 병에 담겨 팔리고, 각종 매체에 광고되며, 합법적인 소매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국고 수입이 되며, 광란의 운전으로 죽음을 부르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없이도 가족을 파괴하고 범죄를 늘리는 유일한 병이다. 술은 병이 아닌, 사탄의 작품이다.”


이슬람은 ‘딘-울-피트라’, 즉 인간의 자연스러운 종교라 불린다. 이슬람의 모든 계율은 인간 본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술은 인간과 사회를 그 본성에서 이탈시키는 요소로 간주되며, 인간을 짐승보다 낮게 타락시키는 수단이라 여겨진다. 이처럼 음주는 이슬람에서 철저히 금지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도 특정 음료 문화가 발전해 왔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 인근에서 발견된 커피는 빠르게 이슬람권으로 전파되어 무슬림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특히 요르단에서는 신부의 자질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손님을 위한 커피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끓일 수 있는지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소녀들은 일찍부터 커피 끓이는 법을 배운다.


2010년, 내가 살았던 요르단의 타필라 지역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가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이는 곧, 이곳에 기독교인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타필라뿐만 아니라 마안, 쇼박 지역도 이슬람 종교 색이 짙은 지역으로, 술은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그러나 암만, 이르비드, 아카바 같은 도시에서는 주류 판매점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요르단에서도 와인과 전통주인 ‘아락’이 생산된다.


요르단에는 ‘세인트 조지’와 ‘마운틴 느보’라는 두 개의 와인 브랜드가 있다. 특히 ‘세인트 조지’를 만드는 포도농장은 시리아 국경 근처 사막에 위치한다. 이곳의 포도는 알이 작고 단맛이 강하며, 오직 와인 제조를 위한 용도로 재배된다. 연간 약 30만에서 40만 병 정도가 생산되며, 전량 국내 소비용이다. 수출은 하지 않는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등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와이너리 투어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나는 와인 맛에 대해 잘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꽤 괜찮은 품질이라고 한다. 이슬람 율법상 금주를 엄격히 요구하는 나라에서, 기독교 인구에 비해 많은 주류 판매점이 있다는 사실은 의아하게 다가온다. 결국 이 술은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팔리는 것일까?


요르단은 주류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 때문에 술값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주류 판매점뿐 아니라 암만의 압둔 거리나 레인보우 거리 같은 번화가에서는 가게 안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단지 기호에 따라 주문하면 마실 수 있다. 요르단에 막 도착했을 무렵, 레인보우 거리의 한 가게 메뉴판에서 ‘beer’라는 항목을 보았을 때, 내가 아는 그 맥주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곳에서 술이 있을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르단에서 술을 가게 내에서 마실 수 있는 도시는 암만과 아카바뿐이다. 이곳에서는 한국 소주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보드카나 양주를 선호한다. 도수가 높은 탓에 조금만 마셔도 금세 취하고, 종종 한국보다 더 많이 마신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할 정도다.

이슬람 국가인 요르단에서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면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다. 술 냄새 때문에 승차를 거부하는 기사도 있고, 술에 대해 설교를 하는 기사도 있다. 더 좋은 술자리를 제안하는 기사도 있으며, 심지어 술이 있다면 조금만 나눠 달라는 이도 있다.


요르단에는 음주 단속이 없다. 무슬림들이 실제로 술을 마시는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저녁 무렵 압둔 거리 같은 번화가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들도 목격된다. 암만에는 여러 곳에 나이트클럽과 클럽이 있으며, 한국과 유사한 클럽 음악이 울려 퍼지고 젊은이들은 춤을 춘다. 여성은 입장료가 무료이고, 남성은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도 동일하다. 외국인과 현지인이 뒤섞인 이 공간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여성들을 보고 나는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히잡을 쓴 여성들만 보던 내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이곳 자판기에서는 모두 무알콜 음료만 판매된다. 식사 시나 일상 속에서도 이들은 그 음료를 즐겨 마신다. 한국에서는 굳이 마시지 않던 음료였기에 맛볼 일이 없었지만, 지방에서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금주하던 시절에는 그 음료가 마치 술처럼 취한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정말 술과 동일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알코올’ 성분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술’이라는 존재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나는 가끔 암만의 한 술집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나와 똑같이 맥주를 마시는 현지인들을 그저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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