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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Aug 23. 2022

"수고하세요"라는 말

무서록

수고하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도 아니고,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도 아닌, "수고하세요"라는 말.

어쩌다 보니 요즘 지역 공무원과 엮여 일을 하고 있는데, 언젠가부터인가 메일 말미에 "수고하세요.(심지어 뒤에 마침표까지)"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수고라 하면 애를 써가며 고생을 한다는 말인데, "잘 부탁드린다"라던가 꼼꼼하게 봐달라는 말도 아니고(심지어 이런 말 역시 꼼꼼하게 "보세요." 였더라면 기분이 상했으리라), "수고하세요" 라니. 아무리 일부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라고는 해도, 이 말을 볼 때마다 뭉근하게 부아가 치밀었고 그걸 몇 달간 참아 냈더니만 속이 답답해졌다.

결국에는 메일 발신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이 상하니 해당 단어의 사용을 지양해 주십사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애초에 다른 말로 소통을 마무리했었더라면 서로가 이런 상황에 처할 일 없이 얼마나 좋았을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잘 부탁드립니다", "기타 등등".

일터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하 관계나 갑을 관계 등과 무관하게, 이처럼 상대방의 노고를 치하하거나, 감사한 마음을 표할 수 있는 말은 얼마든지 있다. 누군가에게 부지불식간에 부정적인 명사를 종용하기보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말을 애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월의 석양(내 마음의 외갓집)(2022),    Pentax MX/Kodak Portra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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