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록
석탄일이 가까워지면 거리에 잔뜩 걸리는 연등. 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바람과 부족함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그 풍경만큼은 매년 새롭게 아름답다.
정원 생활자가 된 이후 원치 않아도 맞닥뜨리게 되는 만남과 이별 덕분이었을까. 그런 풍경 속에서 올해는 절의 경내 한편을 가득 메운 흰빛이 유난히도 눈에 들었다. 제각각 다른 염원을 담은 오방색의 연등이 끝나는 곳에, 단 한 가지의 마음으로 걸어둔 하얀 연등.
멀게만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것에 있어서, 너무 애쓸 필요 없지 않나 하는 요즘.
그나저나 부처님도 예수님도 생일만 되면 아주 머리가 지끈지끈하실 것 같다. 파티를 열어주지는 못할망정 생일자한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건 좀. 정말이지, 아무나 신이 될 수 있는게 아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