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왜왜 '왜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by 이소소

" 라니 라니! 있잖아, 깜깜해지면 하늘에 별이 뜨잖아.

별이 왜 반짝거리는지 알아? "


잘 준비를 하면서 은근슬쩍 물어본다.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 음...... 그건....... 깜깜하니까 반짝거리는 거야. "


별의 진화과정과 대기의 굴절을 설명하고 싶지만 아직은 무리겠지.


"오, 그래? 그럼 달님도 밤에 뜨잖아. 달님은 왜 밤에만 보여?"


" 그건......"


"그건?"


" 그건! 너무 깜깜하니까! 이렇게 보이게 해 주려고 밤에 나오는 거지! "


"오! 그렇구나!"


"응 맞아."


"근데 별은 왜 반짝거려? 걔는 작아서 잘 보이게 해주지도 못하잖아. "


" 아이 참. 엄마."


"응? "


" 왜 같은걸 또 물어봐?"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네......



"미안......"





예전에, 그러니까 아이를 가지기도 전부터 주변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자주 보았던 말들이 있었다.

" 왜왜왜 왜. '왜 지옥'이 따로 없어요."

" 너무 많이 물어봐서 너무 힘이 들어요."


그때마다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세상만사가 궁금해서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 물음을 던지는 게 고통스럽다는 것이.

그리고 나는 꼭 다음에 아이를 가지면 귀찮아하지 않고 묻는 것에 성의 있게 대답 다 해줘야지.



만 3세가 절반 정도 지난 지금은 왜 이 부모들이 '왜 지옥'이라고 부르는지 깨닫게 되어버렸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경우는 열에 다섯 정도, 나머지 다섯은 그냥. 말 그대로 그냥 묻는 경우이다.


" 라니야 도로로 걸어가면 안 돼."

"왜?"

왜 안 되는지는 자기도 잘 알고 있다. 그냥 묻는 거다.


이럴 때 나는 오히려 되묻는 편이다.


" 왜 안될까? 라니는 왜 안되는지 알아? "

" 응! 이렇게 차가 와서 꽝 부딪히면 병원에 가야 해. 다쳐. "


그냥 "왜" 에는 역으로 "왜"로 소통하면 짜증도 나지 않고 편하다. 도란도란 주고받는 티키타카도 가능하고.


다만 정말 궁금할 때의 "왜"는 나름의 논리도 필요하고 그것을 알아듣기 쉽게 알려줘야 하는 숙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치만 정말 멋진 일이지 않은가?

삶이 얼마 되지 않아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조차 모르는 친구를, 내가 알려주고 가르쳐줘서 점점 고등지능의 생명체가 되어 간다는 건!


묻는다는 의미는 그것에 대해 나름으로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라 나는 아이의 질문이 자주 즐겁다.


거기다 더해, 물음표살인마 수준은 아니지만 자주 저런 황당하고 고민해야 할 거리들을 역으로 물어보기도 한다. 가령 별은 왜 빛나는가. 아빠는 왜 배가 나왔나 같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의 질문은 사고력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게다가 깜깜해서 길을 밝혀주려고 밤에만 나온다는 달님! 얼마나 낭만적이냐고ㅠㅠ





하루 수십 번의 '왜'에 지칠 수 있다.

물론 나도, 금방 물어봤잖아. 엄마가 대답했는데 왜 같은 걸 물어봐? 라던지,

정말로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와 같은 대답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진짜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볼 때면 솔직하게, 엄마도 잘 모르겠어. 우리 나중에 가서 한번 찾아보자.라고 답 하기도 한다. 나라고 뭐 다 알아서 답을 할까.


그래도 내 아이가 사력을 다해 사고하고 끊임없이 배운다고 생각하면 절대 귀찮지 않아 진다.

오히려 ' 많이 성장했구나 ' 싶어서 가슴 뭉클해질 때도 올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생각보다 즐겁고 유쾌한 대화를 할 수 있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내 아이의 물음은 꼭꼭 성의 있게 대답해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