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점심 이후 시간.
핸드폰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알람 하나가 뜬다.
' 1년 전 오늘을 감상하세요! '
무심코 눌려본 1년 전의 사진 저장소에는 정말 딱 한 살 어린 내 보물의 기록이 가득하다.
지금보다는 머리숱이 조금 더 없고, 조금 더 작고, 조금 더 부정확한 발음에 조금 더 귀여운 목소리.....!
커 갈수록 점점 귀여웠는데, 지금 보니 1년 전이 좀 더 귀엽기도 하다.
덕분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한참 수백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되새김 질 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다 보니 진짜 살아있는 아들이 오늘따라 더욱더 보고 싶어 졌다.
그래, 오늘은 어린이집에 가서 일찍 데려와야겠다.
하원시간인 다섯 시보다 한창 이른 세시 반쯤 아이를 데리러 갔다.
원래는 하원차를 타고 오지만 오늘은 데리고 집에 갈 생각이다.
벨을 누르고 어린이집 입구에 두근두근 잠깐 기다리고 있으면 곧 아이가 나온다.
저 멀리서부터 설레서 빨라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엄-마!!!!!!"
하는 소리와 함께 한껏 상기된 빨간 볼을 가진 내 분신 같은 친구가 뛰어온다.
신발을 가지고 와서 낑낑, 다급하게 혼자 신발을 신는 것을 기다려 주고 있으면,
" 라니가 엄마가 데리러 오는 걸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
하는 소리에 괜스레 코 끝이 좀 찡해지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도란도란 자그마한 손을 잡고 차로 갈 때면,
" 엄마, 나는 엄마가 너-무 좋아. 오늘은 엄마 옆에 타고 갈까? "
하는 플러팅에
" 그래 좋아. 대신 인형벨트를 꼭 해야 해. "
하며 못 이긴 척, 집까지 가는 고 짧은 시간은 조수석 옆자리에 만족스러운 고객님을 태워준다.
그리고 그 애틋했던 시간은 집에 도착한 지 10분 뒤에 깔끔하게 사라지는 마법을 부린다.
조져지는 시간이 5시간이었는데 이제는 7시간이 되었을 뿐이다.
하필 옛 사진에 푹 빠져 추억을 사버린 대가로 +2시간은 조금 가혹하긴 하다....
오늘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마트에 자동차카트도 타고, 과자도 좀 사고 장도 보러 마트로 다시 가야겠다.
아이는 정말 빨리 자라는 것 같다.
' 다른 집 아이들은 특히 더 빨리 자라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네 ' 하고 생각하다가도, 정말 딱 1년 전의 기록들만 보더라도 이렇게 아가였구나 싶다.
그래서 어떨 때에는 조금 더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기도 한다.
나는 자주 예전 사진들과 동영상을 꺼내 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그래서 그런지 빨리 커가는 아이가 아쉬울 때도 많다.
좋아하는 초콜릿을 아껴 먹는 것처럼, 조금 천천히 오래 맛보고 싶은 아가아가한 때가, 천천히 지나갔으면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조금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