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른일까?

by 이소소


" 엄마 나는 엄마랑 결혼할 거야. "


오,

어디에선가 듣고 웃었던 말을 우리 아이가 하다니!


" 그치만 라니야, 엄마는 아빠랑 벌써 결혼을 했는걸.

그리고 결혼은 어른이 되어야 할 수 있어."


" 그럼 내가 밥 많이 먹고 쑥쑥 커서 내일은 어른이 될 테니까, 엄마랑 결혼하자! "


결혼이라는 단어를 어디서 보고 배워온 걸까....



" 라니가 어른이 되려면 아직 17년은 더 커야 해......"


" 어른이 뭔데? "


" 어른이 뭐냐면......"


어.... 말문이 턱 막힌다.


"음... 어른은 말이야, 스무 살이 넘으면 '성인'이라고 하는데, 이건 나이가 꼭 스무 살이 넘어야 해. 그리고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이제 엄마아빠처럼 자기의 일도 하고, 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어른'이라고 해. 라니처럼 엄마가 밥을 차려서 먹여주고, 응가를 닦아주거나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해주지 않고 혼자 스스로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해. 좀 어렵지? "


" 나도 어른이 될 거야!! 엄마랑 결혼해야 하는데ㅠㅠ.."


" 그래 그럼 우리 빨리 쑥쑥 커서 어른이 되게 오늘은 밥 더 많이 먹어볼까?"


" 응 좋아! 생선 주세요 생선! "



식은땀이 나는 대화였다...








책과 친구, 취향에 맞는 음악과 조금의 일탈 사이에서, 고등학생 때의 나는 스무 살만 되면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 하고싶은 것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을 거라 막연하게 기대했던 때가 있었다.


첫 대학 새내기로 입학한 스무 살의 봄쯤에는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까 나는 완전한 어른은 아니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스물한 살의 생일이 지나갔을 때에는 '만으로는 이제 스무 살이지.'라고는 생각했지만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도 게임 좋아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았던 나는 아마도 사회에 나가 능력을 펼치는 사람들을 보고, 들으며 저 '어른'들처럼 나도 곧 어른이 되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회사를 다녀보고, 가게를 차려보고, 온라인판매로 한창 돈을 많이 벌었던 때에도 '오늘은 고생했으니까 맛있는 고기를 실컷 먹자!'며 철없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나를 보며, 아직도 나는 어른이 되기는 조금 멀었구나, 그렇지만 좋은 게 좋은 것, 할 수 있을 때 실컷 하자! 내년부턴 어른이 되어야지...


26살 이른 결혼을 하고, 친구처럼 지내던 남편과 헤어지는 장소만 같아졌을 뿐, 하고 싶은 여행과 먹고 싶은 것, 둘이서 매일 즐기던 게임, 피시방도 많이 다니면서 재미있게만 살았던 20대.


지금의 어린 부부들이 본다면 기겁할 만큼 막 살았?던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저축, 내 집 장만, 육아와 출산 이런 단어와는 먼 이야기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다.


그때의 나에게는 무쇠처럼 단단하고 묵묵하게 일하시는 아버님이나, 늘 일하는 시간에 쫓기는 우리 엄마 정도가 어른으로 보였다. 아마 그들에게도 우리는 어른보다는 아직도 철없는 애들 정도로 보였을 것도 같다.




지금의 나는 한 아이의 전부인 '엄마'이자 한 조그만 식당의'사장'이지만, 글쎄...


'나는 어른일까?'


30대 중반의 나는 20대 초반의 '나' 보다는 분명 어른에 가까워지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는 의미의 그것은 아닌 것을 안다.

나의 행동과 결과에 따른 책임을 나 스스로가 져야 하며, 나의 감정이 중요했던 어린 날의 치기보다는 조금 성숙하게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것. 그 외 모든 것들이 나이를 먹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어른'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살아갈수록 배울 것과 깨달아야 할 것이 너무나 무궁무진하다. 내가 봤을 때 '어른이네' 하고 느끼는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적을 수도, 나보다 경험한 것이 적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나은 부분이 보이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나로서는 아직도 나는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에도....


하지만 내가 어른으로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아마 나는 또 살아갈 것이고, 배울 것이고, 느끼고 깨달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볼 때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나를 아끼고 가꾸고 갈고닦아 나갈 것이다.


더 나은사람, 그것이 어른이 되는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이 글을 읽으시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는'어른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 또한 자신에게 '나는 어른인가?' 하고 묻는다면 어떨까. 모두들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할까?



이전 11화엄마는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