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선은 명확하게, 마음은 유연하게-리더의 감정

by 이소소

모든 사람을 챙기다 보면,

내가 먼저 무너진다.
무너진다는 표현이 조금 거창하다면,
지친다. 피로가 너무 빨리 온다.

그리고 그 피로는 나만 아는 감정이다.


게임이든 장사든

운영자란 늘 사람 사이에 있는 사람이다.
갈등을 중재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어느 순간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기도 한다.


예전엔 다 받아줬다.
길드원이 뭐가 힘든지, 왜 잠수를 탔는지,
알바가 지각한 이유, 손님이 짜증 낸 사연까지.

일일히 연락하고 확인하며, 대안을 생각하곤 했었다.


'이해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모두의 감정을 업고 있었다.

근데 그렇게 운영하면 오래 못 간다.


다시 말하지만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 남는사람이 강한것.'


운영자는 리더인 동시에 사람이다.
감정이 쌓이면 터지고,
공감만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운영 자체가 무서워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감정이 '내 일'보다 무거워졌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는 선을 그었다.
“F처럼 공감하고, T처럼 결정한다.”


힘든 길드원에게는
“그럴 수 있지, 쉬어도 괜찮아” 하면서도,
운영에는 영향 없게 구조를 재배치했다.


지각 잦은 알바에게는
“몸 괜찮니?” 먼저 묻고,
그 다음엔 빠르게 대타를 세웠다.


감정을 느끼되, 거기에 끌려가지 않는 연습.
그게 리더의 감정 설계였다.


게임 운영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생긴 사람들의 말은 다 들어주되
편 가르기는 단호하게 막고

의견은 들어주되

선택지는 내가 좁혀서 제안한다

어떻게 생각들 하시나요? 의견 주세요.(x)

1안과 2안이 있는데 어떤게 더 나을까요?(ㅇ)

맞아, 요즘 너 많이 바쁜 것 같더라. 그래도 이번주말에는 어렵겠지만 출석 부탁해.


사람은 챙기되,

운영은 흐트러지지 않게.


가게도 똑같았다.

한 손님이 불편을 이야기하면

정말 죄송합니다.(사과)

여러개를 조리하는 중에 오버쿡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원인설명)

번거로우시겠지만, 드시고 계시는 동안 제가 빨리

조리해서 새 음식을 다시 내오겠습니다.(대안제시1)

아, 시간이 안되신다니, 그럼 제가 이 음식은 값을 받지 않겠습니다.(대안2)

(대안 거절시) 음료와 빵은 서비스입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대안3)

다음에 찾아주신다면 더 맛있는 한끼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 나 자신을 전부 내어주지는 않았다.

실수는 실수일 뿐,

내 감정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감정을 쓰고

리뷰 하나에 스트레스 받고 휘청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나를 지키는 리더가 되고 싶었다.


감정에도 선이 필요하다.
그 선이 무너지면,
운영자는 ‘운영자’가 아니라 ‘희생자’가 된다.


그게 공감이 없는 리더가 되겠다는 말은 아니다.
오래 살아남기 위한 ‘에너지 조절 기술’이다.


사람을 오래 안고 가려면
리더도 자기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감정에도 구조를 짠다.
내가 힘들 땐 멈추고,
너무 깊어질 땐 선을 긋고,
좋은 감정은 팀 전체에 퍼뜨리고.

운영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사람 사이엔 언제나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을
내가 통제할 수 있을 때,
그 감정의 주인이

나 자신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오래가는 리더가 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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