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고
“마코토, 넌 연습이나 더 해. 카레에 의지하지 말고.”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는 오후, 한창 학교 앞을 비질하던 타스쿠가 말한다. 지난날, 프로 야구 선수를 꿈꾸는 마코토가 유명 야구 선수 또한 자신처럼 아침마다 카레를 먹는다며 의기양양해한 탓이다. 이내 빗자루를 놓고 자리를 뜨는 타스쿠. 그를 쫓아가며 마코토가 외친다. “그 선수 요즘 우동 먹는대!”
언뜻 이는 아이들의 귀여운 대화로 들린다. 하나 타스쿠가 던진 말에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속 인물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기적’의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기적은 움직여야 일어난다는 것. 타스쿠의 말처럼 진정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면 잠자코 카레나 우동을 먹을 게 아니라, 연습부터 해야 할 테다.
영화는 재미난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가고시마에서 출발하는 열차 사쿠라호와 하카타에서 출발하는 열차 츠보미호가 교차하는 순간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부모님의 별거로 동생 류노스케와 따로 사는 코이치는 이를 듣고 희망에 찬다. 하루빨리 네 식구가 함께 사는 게 소원인 코이치. 가서 엄마와 자신이 살고 있는 가고시마의 화산이 폭발해 아빠와 동생이 있는 후쿠오카로 이사 가게 해 달라 빌 작정이다. 코이치는 계획에 동참할 동생, 친구들과 서둘러 준비에 나선다.
코이치와 친구들은 교통비와 식대를 벌고자 아끼던 장난감을 과감히 문구점에 팔고, 자판기 밑에 있는 동전을 줍겠다며 바닥에 넙적 엎드리는 일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두 열차가 정확히 몇 시쯤 교차할지 정교히 계산해 보기도 한다. 여정을 떠나는 날에는 수업을 듣다 쓰러지는 열연까지 펼친다. 비록 선생님에게 들통이 나지만, 이들의 가상한 노력을 알아봐 준 여러 어른 덕에 무사히 구마모토행 열차에 탑승한다.
코이치의 할아버지도 자신의 최선으로 기적을 행하려는 자다. 과거, 일본의 전통 화과자 가루칸 떡을 만들었던 그는 친구들의 권유로 다시 가루칸 떡 생산을 결심한다. 그는 시장조사 차 코이치와 근처 가게에서 가루칸 떡을 사 먹기도 하고, 요즘 젊은 사람은 가루칸 떡을 거들떠도 안 본다는 말에 직접 마를 갈아 넣어 단맛도 더해 본다. 그럼에도 밍밍하다는 코이치의 평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설탕을 첨가하여 개선에 나선다.
코이치의 아빠 켄지는 어떤가. 그는 인디 밴드 멤버로 자신의 밴드가 유명세를 얻길 바란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밴드 멤버들과 합주 연습을 하고, 아무리 열악한 지하 공연장일지라도 진심 어린 태도로 연주에 임한다. 자면서까지 악상을 구상할 정도다. 그리고 끝내 영화 후반부에서 켄지는 그토록 염원해 온 기적을 이뤄 낸다. 방송국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은 것. 이에 류노스케는 열차가 교차할 때 “아빠가 하는 일 모두 잘 되게 해 주세요!”라고 빈 본인의 덕이라 큰소리치지만, 사실 이는 그동안 애써 온 켄지의 결실이리라.
이쯤에서 코이치와 코이치의 할아버지가 맞이한 결말에 의문이 든다. 코이치는 교차하는 기차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않았고, 코이치의 할아버지는 가루칸 떡 생산에서 손을 뗐다. 주어진 삶에 충실히 노력한 그들에게 기적은 오지 않은 걸까.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저서 《걷는 듯 천천히》에서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 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 듯 만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넘어지며, 성장하는 생명의 모든 순간이 곧 기적이라는 그의 말에 앞선 의문에 대한 답이 있다.
코이치는 이번 여정을 통해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태도를 배웠다. 제일 맛있는 과자 부스러기를 동생에게 기꺼이 양보할 줄 알게 되었고, 할아버지가 만든 가루칸 떡의 단맛, 즉 떡에 담긴 할아버지의 정성을 깨달았다. 그토록 바라 온 소원을 열차 앞에서 외치지 않은 까닭 역시 모두의 행복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 늙어 힘도 없다며 스스로를 낮추던 코이치의 할아버지는 다시 떡 만드는 일에 도전해 활기를 찾았다. 설령 좋은 평가 한번 받지 못했을지라도, 그가 이 과정을 거쳐 한 발자국 나아갔음은 명징한 사실일 테다. 그렇게 둘에게도 기적은 왔다.
“어차피 기적은 안 일어나.” 마코토에게 야구 연습을 종용하기 전, 타츠쿠는 볼멘소리로 코이치에게 툴툴댔다. 이후 코이치는 그런 타츠쿠를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기적은 안 일어날지 몰라도 일단 가자.” 마치 기적을 믿지 않는 관객 모두에게 고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