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감성 가득한 글을, 그것도 여행과 술에 대해 쓴 이야기를 읽는 것은 주말을 채우는 유쾌한 방식 중의 하나일 것이다.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 그 자리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단숨에 읽어 내렸다. 술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술과 함께 하는 사람들,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 빡빡한 이성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빈 공간을 좋아한다.
그렇게 술과 함께 하는 시간은 내게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시간이 끝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잠시라도 떠나온 세계의 무거운 책임감과 근심 가득한 걱정거리와 일상의 자질구리함을 떨쳐낼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
하루키 책이 전해주는 감성은 이러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에서의 느낌, 술 한잔이 생각나는 어느 맑은 가을 저녁 같은 느낌이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신입생 때였지만, 여전히 나는 그의 책을 읽고 잠시나마 그 행복하고 미숙했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난다.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내게 가장 완벽한 하루는, 즐거운 여행지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며 술 한잔을 함께하는 시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