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1960년생이다. 4.19혁명 즈음에 태어났다. 1차 베이비 부머 세대(1955년~1964년생)에 속한다. 출생 연도로 눈치챘겠지만 은퇴자다.
삼십여 년을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했다. 어찌 보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가 한창 기세를 부리던 2020년 초여름, 마스크를 낀 채 간부들과 소속 부서 직원들만 참석하여 치러진 내 정년 퇴임식이 생각난다. 코로나도 은퇴도 모두 생소하기만 했었는데, 퇴임식조차 낯설었다.
은퇴는 예고된 것이기에 은퇴 전부터 이후의 삶을 고민했다. 하지만 사는 삶의 관성이 컸던 지 고민은 진지하지 않았고 계획은 막연했다. 그래도 하나는 명확히 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말자, 내 마음이 끄는 대로 살자’는 것이었다.
은퇴하니 처음 1년은 좋았다. 적당한 일에 여유와 자유가 넘쳤다. 정년퇴직에 이어 명예직이 주어져 은퇴한 듯 안 한 듯이 살 수 있어서다. 이 세계도 저 세계도 아닌 중간계의 평화로운 세상에서 산 셈이었다.
하지만 명예직 기간이 끝나고 들어간 본격적인 은퇴 세계는 달랐다. 여유와 자유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세상 자체가 이전과 달랐다. 나는 당황했고, 좌충우돌했고, 우물쭈물했다. 그렇게 다시 1년여 시간을 보냈다. 또 다른 세계에 몸을 맞추어야 했고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내면과 대면하려 했고, 나다운 삶을 찾으려 했다. 축적과 성찰의 시간이었다.
나다운 삶을 살아내기 위해 복기하고 싶었다. 잊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도 쓰고, 쓴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보냈다. 지인으로부터 <브런치스토리>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작가 신청을 해 또 썼다.
쓰다 보니 어쩌다 그림도 그리게 되었다. 애들이 어렸을 때 썼던 색연필로 그렸다. 내놓기에 주저할 만한 수준이지만 그리기는 내게 글쓰기와는 또 다른 위안이 되었다. 은퇴가 안겨준 예기치 못한 선물이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그렇게 쓴 글과 그린 그림을 모아보니 스무 편이 넘었다. 이것을 브런치 북으로 엮었다. 나다운 삶, 나대로의 삶을 살려는 다짐이자 실천의 몸짓이었다.
엮고 나서 보니 부끄럽다. 그럼에도 내가 했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 용기를 냈다. 누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에 기고했던 원(原)글들을 일부 수정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