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선배님들 앞에서 꺼내기에는 조금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노화에 대해서 큰 중압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늙음에 가까워졌다기보다는 젊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의 가장 큰 방패는 나이었다. 어리다는 무적의 단어. 잘 몰라도 괜찮아, 아직 어리니까. 잘 못해도 괜찮아, 아직 어리니까. 이제 이것도 옛말,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아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벌써'가 찾아왔다. 큰일이다. 난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내 발밑의 시간이란 컨베이어 벨트는 내 달리기 따윈 의미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며 벌써 20대 젊은이라는 공장에서 출하하기 직전이다. 부모님의 도움이라는 활주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비행은커녕 추락 확정이다.
젊음이라는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아래에서 뭉그적거리다가, 점점 시들어 가는 그늘의 크기에 내 몸을 숨길 수 없게 되자, 점점 강해지는 뜨거운 태양 빛에 데어 어쩔 줄 몰라 하는 꼴이란.
2209142047
내게도 '못'이 박힐 때, 나는 비명을 삼키고 여전히 '안'을 뱉어낼 수 있을까.
(못하다. 의 못 / 안 하다. 의 안)
젊음을 당연하듯 내 것이라 탐했던 벌일까, 그저 젊음 위에 얹혀있던 주제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약해져 가는 것 같다. 안 했던 것들이 못하는 것들로 바뀌어가는 이 순간들이 두렵고 고통스럽다. 안 하는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약해져 가고, 못하는 자의 변명이 되어간다.
그렇게 하나둘 내게 박혀가는 못이 늘어가는데, 언제까지 비명을 참을 수 있을지. 언제까지 비명을 참고 아무렇지 않은 듯 속내를 뱉어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