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챌린저스>의 매력

인간이 어떻게 하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지 아는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by Lesley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인물에게 홀려본 적이 있는가?

수많은 외모가 출중하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해서 관객들을 매료시키곤 한다. 유튜브에 우리나라 배우들의 유명한 등장씬만 검색해봐도 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이렇듯 특정 장면에서 어떤 배우의 매력이 확 느껴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인물들에게 눈을 떼기 힘들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루카 구아다니노는 요즘 핫한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가 출연한 것으로 유명해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독이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인지도 있는 감독이다. 나는 이 감독의 작품을 이 두 가지 밖에 감상하지 못했지만 <챌린저스>를 보면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채도가 강렬한 색감과 인물의 관능을 루카만의 표현하는 방식은 마치 지문처럼 그의 영화 전체에 묻어있는 듯 하다. 두 작품 모두 여름을 배경으로 하여 여름 특유의 후덥지근한 공기와 분위기, 강렬함, 선명함 등의 이미지를 인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결정적으로 그가 연출한 인물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알 듯 말 듯, 줄 듯 말 듯, 그 미묘한 정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조절한다. 아마 인물의 매력을 이렇게 루카만큼 집요하게 극대화해서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타시, 아트, 패트릭 각각의 캐릭터는 정말 각자 독보적으로 매력적이다. 아트와 패트릭이 타시에게 반한 순간을 표현한 장면을 보면 정말로 누구라도 타시가 관능적이라고 느낄만하다. 길게 쭉 뻗은 팔다리와 탄탄한 몸매도 이유겠지만 그녀 특유의 당당한 자신감, 여유가 카메라 앵글 속에 여실히 드러난다. 아트와 패트릭 또한 누가봐도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각자의 캐릭터가 가진 성격을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내는데 이것을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을 이용해 극대화시킨다. 그 중에서도 표정 클로즈업해서 인물이 관객을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장면을 슬로우로 연출하여 관객 스스로 매혹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감독은 여기에 더해 테니스라는 소재를 그들의 매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테니스라는 운동 자체가 우아한 절제미와 함께 격렬한 요소를 동시에 가진 매력적인 스포츠임을 고려했을 때, 이건 그냥 대놓고 관객을 꼬셔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예술하는 사람들에게는 치트키가 아닐까 한다. 강렬한 햇살이 만드는 찬란한 풍경, 같은 사물이라도 빛의 각도와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모습들, 높은 채도 등은 무엇이든 아련하고 사연있어 보이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어떤 경험이든 그 뒤에 "여름이었다..."를 덧붙이면 추억으로 포장된다는 밈도 있다. 이 영화에서도 뜨거운 햇살 아래 테니스 경기가 펼쳐지는데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로우 앵글 샷과 함께 슬로우모션으로 떨어지는 연출을 볼 수 있다. 그 땀방울에서 테니스의 관능, 여름의 청량함, 인물의 성적 매력이 모두 느껴진다.


영화에 굉장히 반복적으로 나오는 테크노와 일렉트로니카 기반의 ost도 이 영화의 포인트다. 강렬한 비트와 통통 튀는 사운드는 인물들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관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도 자아내면서 장면에 흐르는 섹시한 분위기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성공적인 영화 음악이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 속에 떠오르고 흥얼거리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챌린저스>의 ost는 성공적인 셈이다.


이렇게 여러모로 <챌린저스>의 매력포인트에 대해 분석해봤지만 여기저기 더 자세히 뜯어보면 할 말은 굉장히 많다. 특히 매력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절대 이 글에서 이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런 포인트를 자신의 영화 속에 온전히 녹여낼 줄 아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정말로 인간의 욕망과 관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이렇게 인간이 어떻게 하면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질지 아는 그가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떻게 관객을 홀릴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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