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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윤 Jul 25. 2023

입시 / 비시즌

입시

도대체 입시란 무엇일까. 2018년과 2019년은 정말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침체기면서도 가장 많이 나를 발전시킨 해이다. 고3 나는 예체능 입시를 선택했고 무엇 하나 쉬운 건 없지만 뭐 하나 특별하게 잘하는 게 없던 나에겐 진짜 사막에서 바늘 찾는 심정이었다. 다니던 학원에서 나는 반장도 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붙을 줄 알았던 수시 면접에서 예비도 못 받고 떨어졌다. 살면서 그렇게 큰 실패의 경험은 처음이라 엄청 울어서 예체능 입시를 반대하던 엄마도 나를 위로해 줬었다.

그렇게 정시도 봤는데 무슨 깡인지 1 지망이었던 학교 하나만 지원했고 그 학교에서 또 똑 떨어져서 재수가 확정되었다.

재수를 하며 나는 학원도 옮기고 지원하는 과 자체도 ‘방송영상과’에서 ‘영화과’로 바꾸었다.

실패 후에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건 영화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재수를 하면서 다녔던 학원에서 나는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소중한 동생, 언니도 만났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감도 생기고, 열정도 처음으로 느꼈다. 물론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흐릿한 미래는 나를 무너지게도 했다. 나는 수시에 다 떨어지고 수능을 한 번 더 보았고 두 개의 학교에 합격하여 학교를 골라서 갔다.

입시를 통해 살면서 인생 처음 최대의 실패와 성공을 동시에 맛보았다.




비시즌

나는 3년째 긴 손톱을 유지하고 있다. 보는 사람마다 나보고 너 그거 붙인 거냐 진짜 네 손톱이냐고 묻는다. 내 진짜 손톱이라 하면 다들 놀란다.

나는 어렸을 때 손톱을 뜯는 버릇이 심해서 남들 손톱의 반도 안 되는 크기를 가지고 살았다. 엄마는 내 손톱을 보며 항상 걱정했고 나도 손에 대한 컴플렉스가 생겼다. 그러다가 학교를 들어가고 손톱을 뜯는 버릇은 서서히 없어졌지만 손톱 모양은 그대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 처음 네일 아트를 받아보았고, 네일숍에서 모양을 잡아주고 젤네일을 발라놓으니 내 손톱도 길어질 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이후로 나는 매달 네일을 받는다. 네일을 받을 때 스스로를 관리한다는 느낌도 들고, 그 과거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이 예뻐 보인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엄청나게 많다. 이렇게 타자를 칠 때 손톱 밑 살로 쳐야 하는데 이렇게 치다 보면 손이 아파온다. 언젠가 내가 진짜 멋진 시나리오를 집중해서 쓸 때는 손톱을 다 지우고 짧게 깎을 것이다. 운동선수에게 시즌 비시즌이 있듯이. 지금은 그저 나에게 비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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