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by Ryan 책방


세 번째 카를로 로벨리 교수님의 글이다. 앞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 ' 보이는 것은 실재가 아니다'를 완파하였기에, 좀 더 순조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책의 분량도 제법 적당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서가 그러하듯이, 책의 난이도는 두께와 아무런 상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책이 작다고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체 글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시간의 의미, 2장에서는 양자 역학적 공간 구성이 미치는 시간의 의미, 마지막 3장에서는 시간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을 그리고 있다. 머릿속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시간의 특성을 뉴턴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의견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뉴턴은 사물의 변화와 상관없이 시간이 흐른다고 했다. 한편,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은 변화의 척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즉 시간은 상대적인 시간을 주장했다. 이러한 시간의 해석에 어느 정도 마침표를 찍은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서로 다른 계에서, 다른 속도로 운동하고 있다면, 서로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쌍둥이를 예로 들어보자. 한 사람은 빛의 80% 속도로 30년 동안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지구에 남아 있는 다른 쌍둥이는 50년을 세월을 보내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발표한 내용이다. 여기서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바로 중력에 관한 효과이다. 무거운 중력 아래에서는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일반상대성 이론이다. 극단적 예로 우리가 지구에 서있다면, 지구와 가까운 다리 부분은 위 머리 쪽보다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있다. 그 차이는 너무도 작아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다.


예를 들어, 1광년 떨어진 별에 살고 있는 친구와 교류한다고 생각해 보자. 편하게 생각하기 위해 상호 간의 의사소통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고 가정하자. 지구에서 '지금' 보낸 안부 인사는 1년 후 친구의 별에 도착하게 된다. 다시 친구가 보낸 안부는 1년 후에 나에게 도착하게 된다.


더불어, 친구가 살고 있는 별은 우리 지구와 중력이 같을 수 없다. 지구보다 강한 중력을 받고 있다고 가정하면,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친구의 시간은 지구에서 존재하는 내가 느끼는 '지금'의 시간과 완전히 다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는 의미는 전체 우주에서 통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저자는 수학적 모델로서 원뿔형 시공간 개념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것은 스티븐 호킹이 지은 시간의 역사에서도 나오는 개념이다. X축은 거리(공간), Y 축은 시간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빛의 속도 이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뿔형 내부에 있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상에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빛보다 빠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원뿔형 바깥 부분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곳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다.



양자역학은 상호 간의 관계성, 입자성과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분야이다. 상호 간의 관계가 없다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논리가 불편했던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달을 쳐다보기 전까지 달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의문점을 보였다. 코펜하겐 해석 등에 의해 양자역학은 점점 많은 분야에서 학문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를 공간으로 옮겨보면 어떻게 될까? 공간은 양자역학적으로 가장 작은 단위로 존재하는 입자의 모음이다. (이 내용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편을 참조해 주시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은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 그럼 위에서 보는 원뿔은 아래와 같이 중첩 현상을 보이며 불확실한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더불어, 우주의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은하, 항성, 행성의 중량은 동일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은 불균일하게 이루어져 있다. 그럼 우리 우주에서 시간과 공간은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위 그림까지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면,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시간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중력과 불확정성 원리의 기초 아래 '공간'과 함께 존재하는 개념인 것이다. 공간과 시간은 뉴턴이 운동을 서술하기 위해 나눈 개념에 불과해진다. 김상욱의 과학공부에 의하면, F=ma를 한번 미분하면, dv/dt이고, 두 번 미분한 것이 dx/dt 1/dt가 된다. 시간(dt)은 두 번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개념(- 음수)을 넣어도, 결과는 항상 양수 값을 보이게 된다. 뉴턴의 개념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합리적으로 '현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의 간격을 결정하는 토대는 세상을 이루는 다른 실체들과 다른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역동적인 장의 한 양상이다. 이 역동적인 장은 도약하고 요동치며 상호 작용할 때만 구체화되며, 최소 크기 아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질량에 의해 발생하는 공간의 왜곡, 빛의 속도의 유한함, 양자역학적 공간의 분포는 시간의 절대성을 모조리 파괴한다.


시간이 흐른다는 의미는 열역학적 2법칙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세상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아지는 상태로 변화한다. 즉, 확률이 좀 더 높은 방향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가정해보자. 부서진 파편들은 높은 확률로 파닥에 흩어진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원래의 컵의 모양으로 돌아가는 '확률'은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엔트로피인 것이다.


이 정도 되면, 우리는 과학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이것이 시간이다'라는 대담한 소제목을 택했다. 그렇지만, 결국 시간의 흐름, 죽음을 담대하게 기다리는 하나의 존재로서 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시간이라는 것을 정의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라는 것을 현학적 문구로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경외심이 느껴진다.




정리하며...


- 시간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힘들지만, 끝까지 독파하고, 저자의 이론을 이해해 보고자 노력하면, 즐거운 여정처럼 느껴진다.


- 마찬가지로 추천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쓰는 필자처럼 끈기 있기 도전해 보고 싶은 분들께 아래의 책들을 동시에 추천한다. 아니 이 책을 읽으려면 아래 책들을 읽어야 한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시간의 역사, 모든 순간의 물리학,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김상욱의 과학 공부


* 본 글의 내용에 수정이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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