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 석사 시절 자료 찾을 것이 있어서 수학과에 있는 베티 엔 고든 무어 도서관을 갔었다. 그곳에는 각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는 '시간의 역사' 책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한국어판도 있었다. 출간 시점, 영국에서는 4년 넘게 베스트셀러라고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아마존 분석에 따르면 책 구매 후 읽지 않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내용은 이미 악명 높은 것처럼 매우 어렵다. 책의 깊이가 5단계라고 하면 3단계 정도까지만 접근 가능하다. 다행히도 인내심을 갖고 다 읽었지만, 힘든 독서였다.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도 자주 나온다. 아래 내용은 책을 읽어가며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이다.
허블은 도플러 효과를 우주에 도입하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먼 별일 수록 적색 편이 (붉은빛로 변함)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1965년 벨 연구소에 근무하건 아르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은 파장이 1센티미터의 극초단파 검출 실험 중이었다. 검출기에서는 예측보다 더 많은 양의 신호가 잡혔다. 비둘기 배설물 청소 등 오류가 될 만한 노이즈 인자를 줄였다. 배설물과 안테나 방향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전파는 검출되었다. 그 복사선은 '방향과 상관없이' 우주를 여행하다가 지구에 도착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디키와 짐 피블스도 극초단파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조지 가모브에 의하면 초기 우주가 극도의 고온 고밀 상태이기 때문에 백열이 발생했을 것이고 이에 대한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펜지아스와 윌슨이 프린스턴 연구팀의 목적을 들었을 때 그들은 이미 극초단파를 발견한 후였다. 즉 조지 가모브의 초기 상태 우주로 인한 복사선 예측이 옳았다. 이러한 공로로 펜지아스와 윌슨은 1978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프리드만은 이렇게 우주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몇 가지 모델을 제시한다. 모든 모델은 공통점은 은하 사이의 거리가 0인 시점에 출발한다. '빅뱅'이다.
중력을 일으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빅뱅은 필요할까? 즉 시간이 0인 지점이 필요할까? 책에서는 로저 팬로즈가 소개된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탄 그 '로저 팬로즈'이다. 그는 0인 지점에서는 부피가 수축되고 물질의 밀도와 시간과 공간의 곡률이 무한대가 된다고 예측했다. '블랙홀'이 예측된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허블의 적색편이발견에 의한 우주 팽창, 팬지어스와 윌슨의 우주 배경복사 발견, 블랙홀까지 예측되는 것이다.
1970년 스티븐 호킹과 로저 팬로즈는 특이점에서 시작하여 우주로 팽창하는 빅뱅이론과, 별이 블랙홀 특이점으로 붕괴하는 과정을 정리하여 논문으로 발표한다. 책에서는 팬로즈와의 연구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호킹 박사가 생존하고 계셨다면 2020년 노벨상을 받으셨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주의 크기가 두배씩 늘어날 때마다 온도는 절반씩 줄어든다. 빅뱅 초기 (10-40초) 온도는 1034도 였다. 그리고 150억 년 현재 우주의 온도는 절대온도 3도 수준이다. (참고로, 2020년 현재 과학계에서는 138억 년을 빅뱅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으로 보고 있으나, 1980년 출판된 책에서 저자는 150억 년 정도로 표시했다.) 빅뱅 이후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하여 원자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 밀도가 높은 곳에는 우주의 팽창이 느려지고 재수축도 발생하였다. 바깥쪽 물질을 끌어당기며 중력이 발생하고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원반형 은하의 탄생이다.
우주의 총에너지는 0이다. 우주 속의 물질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고, 중력장이 음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결론적으로 에너지를 상쇄한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만족한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럼 시간의 방향-시간의 화살(arrow of time)-은 어떻게 인지 할 수 있을까? 열역학적 제2법칙에 의해 닫힌계는 무질서도 또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thermodynamic arrow of time) 두 번째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 (psychological arrow of time)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우주가 팽창하는 방향을 의미하는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 (cosmological arrow of time)이 있다.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열역학적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즉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데로 시간을 기억한다. 무질서도 증가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측정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겼다. 블랙홀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될까? 우주가 팽창하지 않고, 반대로 수축하는 경우는 시간이 어떻게 될까? 스티븐 호킹도 이문제를 언급한다. 시간 역전이 발생할까? 그의 제자의 연구에 따르면 시간 역전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거를 좀 더 해 하기 쉽게 설명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대통일이론을 위한 인류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직은 이론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실현되어 교과서 지식이 될 수 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불확정성의 원리와 우리의 방정식이 제한적으로 실제에 적용된다는 점 때문에, 대통일 이론이 모든 상황을 풀어내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오히려 그러한 이론이 우리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겸손한 관점을 보이며 글을 마무리 진다.
마무리하며...
- 고작 230여 페이지 정도지만, 매우 힘든 독서였다.
- 한편으로 뿌듯한 느낌도 든다.
- 추천은 안 한다. 못한다는 표현이 맞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물리적 의미가 궁금한 분이 계시면,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추천한다.
-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도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