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지난 연애 닫는 말

by 경진

[지난 연애] 글시리즈는 제 블로그에서 연작으로 썼던 저의 첫 에세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저의 생각을 보이는 게 두려워 포기했는데요. 이렇게 누군가에게 제 글을 보인다는 게 설레기도 하면서, 많이 부족한 글을 드리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처음 쓰기 시작한 시기는 작년 말인데, 아직까지 글을 고치고 있으니 짤막한 글 몇 편을 장장 1년 동안 쓴 셈이네요.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혹시라도 이 글을 어딘가에 올려서 윤의 모티브가 되었던 그 분이 보신다면 기분 나빠하실까봐 절대로 공개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글을 이렇게 내기로 한 이유는, 이제 이 글을 그만 고치고 싶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면서, 끊임없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는 저를 보니, 제가 정말 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걸 어느 순간 알아버렸습니다. 이 글의 실제 주인공이 되는 분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브런치 스토리에 발행을 하고자 결심한 뒤로도, 꾸준히 각색을 해왔는데요. 그럼에도 만약 그 분이 이 글을 보시고, 기분이 언짢으시다면, 죄송하지만 미리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전히 저는 제 마음이 먼저인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덧붙이면서 말이에요.


왜 그렇게 이 글에 집착했을까 생각해보면, 그 시간을 한 번 정리하고 싶기도 하고,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가장 절절히 느껴본 순간이었기 때문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자마자 또닥또닥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쓰곤 하니, 글 쓰는 게 오랜만에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직 깊은 상상력이 없어서 제가 오롯이 느낀 부분에 대해서만 자세히 글을 쓸 수 있다 보니, 비록 한 때는 버리고 싶었던 기억이라도 다시 되살려서 나만이 쓸 수 있는 글 한 편을 적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제 마음이 점점 가벼워진다는 걸 느꼈어요. 1년 동안 고찰하며 쓴 글이라는 점에서 알아채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어요. 저는 지난 연애로 인해 많이 아팠고, 힘들었어요. 헤어진 지 반 년이 될 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객관적 사실을 직시하고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들을 인정하니 마침내, 오늘처럼 이렇게 [지난 연애] 글을 갈무리하는 글을 짓고, 이제 정말 그 지난 모든 추억을 바람에 날려보낼 준비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이 글의 원래 작성 순서는 [만남-헤어질 결심-지난 연애를 바라보는 백 가지 관점] 순으로 썼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시간을 조금 두고 그 뒤에 작성했습니다. 아무래도 깨달은 바가 처음과 많이 다르죠?ㅎㅎ 초반에는 영화속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글을 쓰다가, 에필로그에 와서는 그 때 그 만남이 소중했고 고맙다는 식으로 끝나니까요.


위에서 그랬듯, 이제 글을 그만 고치고 싶어서 글을 발행한다고 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고쳐도 이 글을 완벽하게 고치는 건 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매 순간 이 글을 보는 내가 다르니 매번 고칠 부분만 눈에 들어왔어요. 어떤 부분은 너무 감정을 주체못한듯이 쏟아낸 것 같고, 어떤 부분은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 같고, 어떤 부분은 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아 쓰지 못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자꾸만 고치다보면 그 때의 감정을 파괴하는 것 같아서 그 때 그 시절 느꼈던 감정과 점점 멀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냥 지금 이대로 발행하기로 했어요. 독자분들이 보시기에 많이 부족한 글이겠지만, 중복된 말을 쓰거나 문단이 뚱뚱해질 때면, 아 지금 이 사람이 여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구나, 뭔가 부족한 것 같으면 여기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나거나 여기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그래도 연작을 주욱 읽어보시면 글이 초반에는 짧고 딱딱하다가, 중간에 감정이 폭발하듯 몰아치는 글을 지나 마지막에는 잔잔한 바다가 그려지는 차분한 글을 읽으시며 사건에 대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순간 솔직한 저의 감정을 나름 글의 모양으로 나타냈다고 할까요.


글에 불교와 관련된 단어, 예를 들어, 수행, 스님, 깨달음, 상을 지었다, 와 같은 말들이 나오는데요. 혹시 궁금해하실까봐 말씀드리면, 일단 저는 불자는 아닙니다. 불교 철학을 배우고 있는 사람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불교 세계관에 관심과 흥미가 있어서 지금도 불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연작 시리즈 상단에 있는 갈매기 사진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찍은 갈매기 사진이에요. 찍힌 갈매기가 귀여워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인데요. 파도가 쓸려나간 모래사장에 갈매기가 걸어다니는 모습과 소금 거품이 모인 덩어리들이 예뻐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이 글의 결말이 편안하니까,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봤어요.


어쩌다보니, 본문만큼 긴 닫는 글을 써버렸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