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애 글시리즈-1
내가 만약 지난 연애를 가지고 송운스님께 말씀을 구했다면 어떤 답변을 들었을까.
-나를 해치는 어리석은 연애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그 사람 문제는 그 사람이 해결하도록 해야지 내가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게 어리석은 짓이지.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정기법회 때 들었던 한 선생님의 사연을 통해 내가 깨달은 바가 있다. 청소년 쉼터 내 대안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인 한 선생님(남)이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는 여학생을 상담하다가 성희롱 건으로 신문고에 고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사연을 가진 학생에게 악기를 배울 수 있게 하여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트라우마와 관련하여 주변인을 험담하는 말을 하더라도 주변에 발설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주었지만, 되려 자신이 실직 위기에 처하게 되어 매우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는 청소년을 다른 전문기관에 연계하지 않고 본인이 상담하고 해결하려고 같이 있었던 것은 본인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을 자초한 거에요. 정신적인 어려움을 가진 학생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우리 사회는 여성과 남성이 같이 있을 때 여성의 말에 더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에요.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고 했다는 건 어리석죠.
이 말을 들었을 바로 어제만 해도 별다른 이견 없이 그냥 그 선생님이 어리석다고 수긍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이 되어서 나는 그 선생님이 나고, 그 여학생이 윤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때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돌이켜보면, 그 사람의 아픈 과거를 내가 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들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도 친구 연애 상담을 해주다가 그 친구와 거리를 둘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옛날 버릇이 나왔던 것이다. 그 사람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 기뻤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내 욕심에 버거워 감당하지 못하고 이별을 말했으니 낙담했을 것이다.
그 때 그 사람은 다 괜찮아졌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좀 위태로워 보였다. 감정을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것들이 언제 터질지 모를 것 같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여러모로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지난 뒤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데서 오는 고독과 외로움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Andi에게서도 느껴졌던 것 같다.
당시 정신건강론, 아동복지론과 같이 인간심리를 다룬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던 나는 대부분의 심리·행동 문제의 양상을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로 연결지어 그의 성격을 연구했고, 그 사람은 더 이상 나에게 연인일 수 없었다.
이제서야 나는 내가 어리석었다는 걸 인정한다. 대학교 연애가 궁금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덜컥 잡은 것도, 함부로 그의 과거를 알려고 한 것도, 그 과거를 듣고 안쓰러운 마음에 그의 감정을 어떻게 해보려 한 것도, 그를 대하는 나의 태도 등 모든 것이 다, 처음이라 어리석었던 23살의 연애를 이렇게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