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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Jun 06. 2024

도망자 카라바조

메시나, 시칠리아 풀리아 여행기

포도주 기울이며 시(詩) 지으며

한가롭던 자락에

파문을 던진

짙은 눈썹의 험상궂은 남자


뒷골목 사람이라

좀 무서웠다


괴팍하고 광기 어린 성격에

패싸움, 결투가 그의 일상이라니


살인의 추억을 안고

몰타를 걸쳐

시칠리로 도망 왔다 한다


메시나 미술관

그가 연출한 주인공

소박하기 그지없어


목자들은 남루하고

성모자(聖母子)는

산고(産苦)에 지친 시골 아낙네와

배고파 칭얼대

엄마 뺨을 찾는 아기 모습이다


진솔함에 마음이 술렁이기 시작


나사로를 둘러싼

빛과 어두움의 무대에선

생명과 구원을 향한 갈망

죄악의 굴레에서 몸부림치는 자신모습도 있네


생동감 넘치는 검은색에

갑자기 나타난 한줄기 빛


반전(反轉)의 스케치에 반해

도망자 편이 되다


교황청 사면을 지척에 두고

열병으로

세상을 떠나

모든 것 물거품인가 했는데


허다한 후배들이 따라 하고

그중에 렘브란트도 있다니


미켈란젤로와 비기고 싶은 열망

꽃을 피운 셈


요즈음도 날마다

방방 곡곡 미술관, 성당에서

그의 진지한 막이 오를 때 

 

어둠 속 조명이 켜지면

등장하는

부랑자, 창녀, 거지, 깡패


내면의 깊은 고뇌와

배신, 분노, 슬픔 노래하리


낭만적인 그리스 신화부터

성서 이야기까지

흥미진진 생생하게


추악함, 천박함과

거룩함은

한 끗 차이라면서


---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일명 카라바조)(1571-1610)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1606년 싸움 끝에 동료를 살해하고 나폴리, 몰타를 걸쳐 시칠리아에서 9개월간 도피 생활을 했다. 시라쿠자에서 <성 루치아의 매장>을 그렸으며, 메시나에서 <목동들의 경배> <나사로를 살리심>, 팔레르모에서 <성 로렌스와 성 프란체스코가 성모자를 경배함>을 그렸다.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어둠의 방식(테네브리즘)이 그의 회화의 특징이며, 2차원의 평면에 다시 3차원의 깊이를 부여한 최초의 서양 화가다.

  충동적인 거친 성격 때문에 15번 정도의 수사기록, 최소 일곱 번 감옥에 갇혔으나, 그의 예술은 언제나 속(俗)의 세계에 숨겨있는 성(聖)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다.


  참고 도서: 김상근 저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21세기 북스


 우리 일행은 시칠리 여행 중에 세 작품을 만나고, 마지막 날 로마에서 여러 점을 보았다.

 

대문의 그림: 오타비오 레오니, <카라바조의 초상>1621-1625, 종이에 크레용, 피렌체 마르셀리아나 도서관. 김상근 교수의 책에서 빌림.


<성 루치아의 매장> 1608, 408×300cm, 시라쿠자 산타루치아 알 세폴크로 성당
<목자들의 경배> 1608-1609, 캔버스에 유채, 314 ×211cm, 메시나 지역박물관/ < 나사로를 살리심> 1608-1609, 캔버스에 유채, 380 ×275cm
윗부분의 하얀 면적은 사진 찍을 때 유리가 반사되어 생긴 것임



** photo by Lambs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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