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반에 이대 평생대학원에서 메디치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스케줄의 절반만 소화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노성두 박사와 함께하는 북독일 인문학 여행을 기획했다. 감사하게도 마지막 순번으로 12일간의 여정에 합류하게 되었다.
첫 여정이 바흐의 집 방문이다. 첫날(6월 20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2시간 거리의 아이제나흐로 이동했다. 이도시 외곽의 아담한 독일풍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10시 오픈에 맞춰 바흐 동상 앞에서 사진들을 찍었다.
바흐의 집 앞의 바흐 동상 버스에서 내려 올라가는 길에 루터하우스도 보았다.
비흐의 집 1층에는 바흐가 쓰던 300년도 지난 오르간들과 하프시코드를 비롯 여러 고 악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해설하시는 분이 독일어와 몹시 비슷한 영어로 옛 오르간들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분이 자리에 앉더니 그 악기 하나하나에 앉아 바흐의 곡을 연주해 주는 것 아닌가? 커다란 선물과 환영 인사를 받는 느낌이었다. 연주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다 하더라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어느 옛 오르간은 페달이 옆으로 큼직하게 나와 있어서 일행 중 한 분이 옆에 서서 밟으며 그분과 함께 했다. 녹화기술이 엉망이지만 하나쯤은 올릴 수 있다.
2층엔 바흐가 작곡했던 서재와 아기들과 함께한 침실, 부엌등이 보존되어 있었다. 바흐가 작곡하던 옛 하프시코드 앞에서 오래 서성거려 보았다.
바흐가 10세 정도까지 살았던 집에서 그의 흔적을 느끼는 것만 기대했는데, 다시금 놀라운 공간을 만났다. 3층에 올라가니 돌연 음악감상이 가능한 21세기 최첨단 방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투명 우주선 같은 공간에서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내 생애 최고의 음향이었다.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도 들려왔는데 성스럽고 아름다워 어느 성당에서 듣는 기분이었다.
각각 이어폰을 끼고 동그라미 유리 그네를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으니 어느 음악별에 도착한 소형 우주선들의 모임.
바흐의 집은 바흐의 분위기처럼 단정하고 품위 있고 깊이 있게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뜻밖의 고성능 음향과 인테리어를 갖춘 깜짝 방은 바흐의 창조성과 앞서감을 이야기하는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