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젬퍼오퍼 오페라극장에서
두 번째 날 밤 츠빙거궁전 옆에 위치한 젬퍼오퍼 오페라극장 겸 칸서트홀에서 베르디의 <나부코> 오페라 관람을 하였다. 시차 때문에 가장 졸린 시간에 눈을 부릅뜨고, 폐쇄 공포증으로 가장자리로 바꿔달라 부탁해 가며.
오페라의 시대배경은 이스라엘이 바벨론왕 느부가넷살왕(나부코)에게 함락되는 때이다. 그런데 무대배경을 마치 2차 대전 때 함락하고 있는 도시의 모습으로 세팅해 놓았다.
벽돌건물에서 갑자기 테러리스트 같은 페르샤 군인이 나타나 기관총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협한다. 나부코의 딸이자 오페라의 주역 소프라노 아비가엘도 특전사 차림이다. 나부코도 전투복 차림으로 커다란 지프를 타고 도착한다.(마치 2차 대전중 점령군 사령관 이미지로)
바벨론왕궁은 바알에 제사 지낼 커다란 검회색 몸뚱이의 소를 가져다 놓은 것으로 표현했다.
짐승의 목을 자르고 피가 흐르며 튀기는 장면. 피(검붉은 물감) 방울을 막기 위해 모두들 비닐로 된 비옷 같은 것을 입었다. 몸뚱이는 서서히 올라간다. 변절자 둘째 딸을 처형하기 위한 커다란 크레인도 등장하며.
장면은 몹시 현대적인데. 아리아의 가사들은 구약성경의 스토리를 들려주니 미스매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몰입이 되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도 폐허가 된 들판에 (마치 침공을 받아 모든 것이 부서져 버린 도시) 피난민들이 누워있는 세팅이다. 세다 말았는데 70명도 더 되었다.
엎드려 있다가 조금씩 고개를 들며 차근차근 몸을 일으킨다. 나중엔 각각 흰색의 꽃 한 송이를(개양귀비 비슷한 모양의) 들어 올렸다. 넓은 폐허에서 누더기 사람들 품속에서 핀 수많은 송이의 흰꽃들.
가라, 내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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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슴속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이고
지나간 시절을 이야기해 다오
울컥 눈물이 나왔다.
히브리 노예들의 애잔함이 느껴져서인지, 수용소에서 희생된 유대인들이 떠올라와서인지, 생음악으로 듣는 감미로운 선율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 모든 것 이 포함되었으리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종의 자기 연민으로 내 젊은 날의 향수도 밀려와서 그런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