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보러
함부르크 쿤스트 할레 미술관에서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보러
미술관에 갔더니
그는 외유를 떠나고
그 자리에 웬 여성이 서 있다
여인이 서있는 바위는 판판하고
바다는 풍랑도 안개도 없네
어려서부터 늦은 사춘기까지
어머니와 형제자매 차례로 잃고
신앙과 우울을 벗 삼아 살았다는 그
그의 뒷모습에서
낮게 울리는 고독의 소리
들어보고 싶었는데
아내를 맞이하던 해의
굳건하고 결연해진 모습
자연과 숙명에 맞서
당당히 대화하려는
그 심지를 느껴보고 싶었는데
할 수 없다
방랑자를 프린트한
비닐백을 사서
어깨에 걸쳐
대타 그림 속의 여인이
되어 본다
사람을 달래는
미술관의
기막힌 작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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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함부르크 쿤스트 할레 미술관의 간판스타 중 하나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그의 그림은 없고 떡하니 다른 그림이 걸려있지 않은가? 그 실망감이란.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2023년 겨울까지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 프리드리히 등 낭만파 작가들 전시를 위해 출타 중이라고 적혀있었다.
미술관 숍에서 구입한 비닐 장바구니 백 그림속의 방랑자
대문의 사진: wanderlust(a desire to travel/ 방랑에의 욕구) by Elina Brotheru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