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적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글쓰기를 배우는 관점에서 본다면 들여다볼 가치가 충분하다. 간장종지를 소재로 200자 원고지 매수 5매나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필력(筆力)이다. 한번 읽어보면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술술 읽힌다. 필자의 점심식사에 동행한 것 같이 생생한 서술식 문체에 중간중간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에 대한 소회와 다소 과한 비약까지. 풀풀 웃고 따라 읽다 보면 어느덧 끝 문장이다. 필자의 의견과 논리에 결코 동의하진 않지만 사실 글은 이렇게 맛깔나게 써야 한다. '간장종지'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끌어나가는 힘, 그것이 디테일이다. 디테일에 강하면 글맛이 살아난다. 아무리 가치 있는 글이라도 글맛이 없다면 독자들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긴 힘들다.
주제의 무게로 치면 가볍다. 두 문장이면 끝날 내용이다. 어떤 이는 이래서 넷플릭스에서 보고, 어떤 이들은 이래서 유튜브 몰아보기 영상을 본다 정도가 다다. 하지만 디테일을 살리면 보다 스토리가 풍성해진다. 어떻게? 글을 쓰기 전 넷플릭스 본방을 시청하는 이유와 몰아보기 영상을 시청하는 이유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기술했다. 스토리텔링 과정이다.
① 넷플릭스 본방을 봐야 하는 이유
* 의미와 복선 없는 대사는 없다. 한 대사 한 대사 어떤 복선이 숨어있는지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인트로와 배경음악 등 전개과정을 감독의 의도를 음미해 가며 봐야 직성이 풀린다.
* 초고화질(UHD), 돌비애트모스 등 실감 나는 화질과 음감을 위해선 넷플릭스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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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유튜브 몰아보기를 선호하는 이유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20·30세대 소비 패턴에 안성맞춤. 시청시간을 아낄 수 있다.
*유튜버들의 내레이션도 몰아보기 영상을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새로운 재미거리다.
*구독료를 대폭 아낄 수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 위해 추가 구독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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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대략 이 정도로 추론했다. 이를 밑바탕으로 구체적인 예시로 살을 붙여가며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여기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저작권 문제와 OTT-유튜버 간 공생 관계 등 곁가지 이야기까지 추가해 기사를 완성했다. 주말에 출고된 이 기사는 '더 글로리' 핫 키워드와 맞물려 그날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올랐다. 네이버 댓글만 250여 개. 어떻게 보면 시시콜콜한 주제였지만 디테일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게 주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