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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민감한 여자

 

 

 연말에 용평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벽난로가 있는 숙소라 밤, 고구마, 오징어도 구워 먹고 불멍도 하면서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냈다.

결혼 전 회사에서 갔던 캠핑장 이후로 오랜만의 불멍이라 말 그대로 멍~ 하니 있었던 것 같다.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간 터라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25년의 덕담도 나눴다.


 돌아와서 둘째 아이의 발표회까지 무사히 치르고

새해 시작을 다지는 주말,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요새 독감이 유행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느낌이 쎄 했다.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열이 난 지 얼마 안돼서 독감 검사를 권하지 않으니 다음날까지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다시 오라고 했다.


그날 밤, 예상대로 열이 치솟았다.

아이의 몸은 마치 벽난로 앞에 있는 것처럼 뜨거웠다. 밤새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체온을 쟀다.

1+1의 답이 정해진 것처럼 검사 결과,

아이는 독감이었다.


 아이가 컨디션을 되찾고 난 다음날 내 몸이 이상했다.

내정자가 있는 면접을 보는 것처럼 무기력하고

뭉툭한 칼등으로 누가 몸을 후러치는 것 같이 아프고

온몸에 힘이 없었다. 이제까지 몸살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해서 왜 이러지 했다.


 냉기가 손끝에서 시작해서 발끝까지 왔을 때 체온을 재고야 나서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을 알았다.

고열이었다.

순간 왜 이리 서럽던지..

나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이

서러웠다.


 다음날 치료제와 비타민, 몸살케어등의 2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수액을 맞고 컨디션을 회복했다.

(실손으로 청구할 수 있다지만 보험이 없는 분들은 치료를 어떻게 받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감치료는 고가였다. 내 입장에서..)


월초에 계획했던 일은 고사하고 며칠 아팠다고 집안꼴이 말이 아니었다. 오늘 오전까지 바쁘게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클리어하고 있다.

이렇듯 아프고 나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게 된다.

 독감 관련 기사를 보면 우려가 되는 포인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의료진의 부족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여기서 또 느끼게 되는데 나랏일 하는 분들이 자기 밥그릇 싸움은 그만하고 일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 작가님들은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시길~

부디 건강 챙기시는 신년 되시길 바라본다.


어느 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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