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지

by 소설가 서기주

삼국지에서 노숙은 손권에게 이렇게 말한다.

“강자는 약자를 돕고, 천하의 균형을 지켜야 합니다.”

그는 조조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오나라가 유비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보았다. 힘의 논리가 아니라, 균형의 윤리를 택한 선택이었다.


오늘의 동아시아도 비슷하다. 중국은 거대해졌고, 일본은 여전히 강하다. 그 사이에 선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쉬운 지형에 서 있다. 이때 필요한 태도는 노숙의 말처럼 “균형을 잃지 않는 지혜”일 것이다. 강자에게 예속되지도, 약자에 머무르지도 않는 길. 스스로의 중심을 세운 채, 두 나라와 모두 대화하는 길이다.


노숙은 전쟁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연합을 통해 피를 줄이고, 천하의 흐름을 완만하게 만들고자 했다. 한중일 외교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한편에 서서 다른 한편을 적으로 만드는 순간, 우리는 소모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양쪽과 대화하며 긴장을 낮추는 순간, 우리는 연결의 중심이 된다.


강한 바람 속에서 곧게 서는 나무는, 뿌리가 깊은 나무다.

외교도 그렇다. 뿌리가 약하면 어느 쪽 바람에도 쓰러진다.

노숙의 유언은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편을 가르지 말고, 흐름을 조율하라.

강자의 그늘이 아니라, 균형의 중심에 서라.”


​— 감기로 집에 머물며, 넷플릭스 〈삼국지〉 72화를 보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