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의 목표와 현장의 간극

지방관광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제언

by 경계의 갈가마귀


요즘 신문을 펼치면 '관광 강국', '3,000만 명 유치'라는 문구가 눈에 자주 띈다.

정부의 야심 찬 로드맵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전 세계 여행객들이 한국의 구석구석을 가득 채울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비치지 않는 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득 조용한 질문 하나가 가슴을 파고든다.

"과연 우리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 그들을 맞이할 '지속 가능한 그릇'은 충분한가?"



1. 숫자가 아닌 '생존'의 관점에서 본 관광

우리가 관광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히 볼거리를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관광공사의 연구(2022)에 따르면, 지방의 정주 인구 1명이 줄어들 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메우려면 연간 약 41명의 관광객(숙박 18명, 당일 55명 혼합)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데이터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관광은 이제 여가나 유희의 영역을 넘어,

소멸해가는 지역 경제에 산소호흡기처럼 '기초 수요'를 주입하는 생존 장치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산소를 받아들일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3,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지향해야 할 목표에 머물 수밖에 없다.


2. 지방 관광, '수익성'이라는 현실적 문턱

민간 투자자들은 냉정하다. 그들에게 지방은 단순히 대의를 위해 투자하는 곳이 아니라,

수익이 담보되어야 하는 '비즈니스의 현장'이다.

도시와 다를 바 없는 높은 건축 비용을 감당하면서, 주말에만 반짝이는 불확실한 수요에

수백억 원을 던질 투자자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의 주요 대안은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였다.

하지만 빚을 내서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라는 제안은 시장에서 큰 동력을 얻기 어렵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기금을 단순히 빌려주는 '관망자'에서, 민간과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공동 투자자'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가 지분을 공유하고 사업의 파고를 함께 넘는 '투자형 모델'로 전환할 때, 민간의 창의적인 콘텐츠도

비로소 지방으로 흐를 수 있다.


3. '책임'이라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 ⛓️

정책의 실효성을 고민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책임'의 문제다.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공이 리스크를 일부 분담하는 모델이나 파격적인 특례를 검토하다가도,

결국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이유가 존재한다.


바로 시간이 흐른 뒤 찾아올지 모르는 '감사(監査)'에 대한 실무적인 우려다.


"왜 민간에 특혜를 주었느냐", "왜 사업성이 불확실한 곳에 예산을 투입했느냐"는 질문 앞에,

적극적인 행정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국가관광전략회의가 다뤄야 할 진짜 어젠다는 마케팅 계획뿐만 아니라,

적극 행정의 면책 범위를 관광 산업의 특수성에 맞춰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합의여야 한다.


4. 관광지는 '섬'이 아닌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결국 답은 '공간의 정의'를 다시 내리는 데 있다.

관광객만을 위해 지어진 관광단지는 비수기면 활력을 잃기 쉽다.

관광객은 구역화된 장소에만 머물지 않고 도심의 골목과 시장의 활기를 찾아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광지 안에 워케이션 센터, 장기 체류형 주거 시설 등

생활 인구가 상주할 수 있는 복합 용도를 과감히 허용해야 한다.

관광지가 누군가에게는 일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무는 집이 될 때,

상권은 연중 유지되고 민간 투자의 계산기도 비로소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것이다.


맺으며

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목표가 단순히 공항의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숫자가 아니라,

지방의 식당 주인이 웃음을 되찾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꿈꾸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


홍보 영상 한 편의 감동보다, 민간이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유연한 법제도와

실질적인 투자 안전망이 먼저다.

숫자라는 지향점보다, 그 숫자를 담아낼 그릇의 '내실'을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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