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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티 Apr 20. 2023

아침마다 찾아오는 '각막짓무름'의 고통

"반복각막짓무름"과의 사투 (2)



06

이튿날이 되어 김포행 비행기를 탔다. 드문드문 혹시 큰 병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아침에 피크를 찍고 오후가 될 수록 조금씩 잦아드는 이 통증의 규칙에 익숙해져서인지 조금씩 병이 낫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행기에서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내의 압력이 낮아져 안구가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유치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포 공항에 맡겨둔 차를 찾아 동탄으로 운전해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을 하니 오히려 눈이 덜 뻑뻑한 느낌이 들어 편했다. 




07

동탄에는 대기가 엄청 긴 안과와, 짧은 안과들이 있는데 아이 눈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대기가 긴 안과에 갔을 것이나, 단순 외상인데다가 나 자신의 문제로 그 오랜 대기시간을 기다리기에는 인내심이 생기질 않아 대기가 거의 없을 병원으로 갔다.


그저께 제주도에서 들린 병원은 너무 허름한데다가, 그 흔한 의사 약력과 자격증도 벽에 붙어있질 않았는데 동탄의 세련된 병원은 인테리어만큼이나 화려한 약력이 벽 한켠에 우두커니 붙어있어 위안이 되었다. 이래서 붙여두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08

진료실에 들어가니 간호사가 형광 표지물질을 안구에 떨어뜨렸는데, 의사가 몇 번 사진을 찍어보더니 표지물질을 더 뿌려달란다. 내게서 대강의 상황을 전해듣고 전후사정을 이해한 의사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09

"반복각막 짓무름"이라는 증상이란다. 계속해서(반복), 각막이 들리는 현상이란다.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본 내 각막의 상태는 혐오스러웠다. 안구의 가장 표면층에는 각막이 있는데 그 각막의 가장 표면층에는 각막 상피가 있단다. 각막 상피가 외상 등의 이유로 박리가 되어서는, 잘 접합되지 못하고 붙었다 뜯어졌다를 반복한다는 것이란다.


각막과 상피는, 아래 두번째 흑백 모식도에 나오는 스크류처럼 생긴 구조의 바닥막 복합체에 의해서 서로 접합이 된다. 이 구조물이 정상적으로 형성이 되기 전에, 눈을 깜빡이는 과정에서 눈꺼풀이 쓸어올리던지해서 다시 각막 상피를 걷어내버리면 너덜너덜해지는 것은 물론, 심각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대개 아침에 안구가 건조하기 때문에 아침에 이 각막 상피가 뜯어지는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통증과 충혈이 매우 심하고 오후가 되면서 차차 완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회사에서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눈이 건조해 오후에 심한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주도에서 며칠간의 새벽에 눈이 뻑뻑해 충혈되고 통증이 극심했던 것은 각막 상피가 계속해서 뜯어지고 있었던 끔찍한 순간들이었던 것이다.


이 증상은 초기에 진압되지 못하면 자칫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붙었다 뜯어졌다를 반복해 통증만 계속되는 상황이 된단다. 그래서 의사와 함께 정기적으로 경과를 살펴보며 복약을 이어가야한단다. 여러 자료를 참고했는데 가장 쉽게 설명이 되어있는 유투브 링크를 제일 아래 붙여놓았다.


출처 : 매일신


출처 : eyeamfinethankyou.com


10

그런데, 여기서 내가 라식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라식은 각막 뚜껑(표면)을 열어 내부를 레이저로 깎아내고 다시 뚜껑을 덮어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인데, 지금 떨어진 내 각막상피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각막 면에 붙는게 아니고 인공적으로 깎아내어진 면에 부착되어야 하니 일반적인 상황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가이드에 덧붙여, 집에 돌아와서 구글링을 통해 여러 의사들의 칼럼과 유튜브 등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서, 다음 글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투약하고 생활습관을 가져갈지 정리해보려고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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