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 1일~2022년 11월 1일
퇴근 무렵 동기 오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술 한잔 하자"
"오늘?"
"응, 오늘 우리 입사일이야"
"그래? 그럼 한잔해야지"
1995년 11월 1일 입사를 했다. 오늘이 2022년 11월 1일. 입사 한지 만 27년 지나 28년째 접어든 날이다.
보자마자 서로 얼굴 쳐다보며 하나도 안 늙었네, 입사할 때 그대로네 등등 공치사를 하는 것 같지만 진짜 우리들 눈에는 별로 안 변한 것처럼 보인다. 너무 오랫동안 봐 와서 변화를 못 느끼는 건지 아님 그중에서 그나마 덜 변한 사람들만 있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행여나 ‘쭈글쭈글한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웃기고 있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건 말건, 우리끼리 서로 부추겨 세우며 한동안 깔깔 거리며 웃는다. 이런 시간이 즐겁고 편안하다.
오래 한 회사를 다닌 게 별것 아닌 듯하면서도 의미를 부여하려니 대단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들을 마지막 세대인 것 같은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겠고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그냥 세월이 흘러, 어어~~ 하다 보니 2022년 11월 1일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현실감이 없다, 27년이라는 세월이.
70여 명이 입사를 했는데, 회사를 떠나거나 유명을 달리하여 곁에 없는 사람을 제외하니 입사 동기 50여 명이 남아있다. '동기'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시기 같은 곳에서 교육이나 강습을 함께 받은 사람'인데 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단어인 것 같다.
2달 연수원에서 같이 지낸 이후, 업무적으로나 연관이 되어 자주 보는 동기가 있고,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낸 동기도 있고, 또 20년 넘도록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동기도 있지만,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하거나 업무 때문에 만나게 돼도 마치 어제까지 알고 지낸 사람처럼 반갑고 친근하게 대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20여 년 전 같이 입사한 동기라는 말에는,
사회 초년생의 설렘과 낯섦, 희망과 부푼 꿈을, 서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시기를 함께 지나온 동지감이 내포되어 말로 형언하지 않아도 공감을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연수 때 들은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이란 말의 의미를 세월이 지나니 알게 되네.
30년 가까이 지난 세월 동안 뭔 일이 없었겠나.
남은 건 단체 사진 한 장.
사진 속 동기들 얼굴을 보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너무나 많이 변한 사람도 있고 변함없이 그대로인 사람도 있고, 또 너무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다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앞으로 몇 년을 더 같이 지내게 될지, 또 누가 곁을 떠날지 알 순 없지만
내년에도 동기들과 함께 11월 1일 날, 같이 술 한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