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퍼트리기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기 위해 베란다에 정리해둔 박스를 찾아 거실로 가지고 나왔다. 작년 11월 중순 경 막 트리가 나올랑 말랑 한 이른 시기에 친구랑 고터 꽃시장에 가서 사 가지고 온 1년밖에 안된 신형 트리다. 마침 이사를 오면서 옛날 것은 버리고 온 터라 새로 하나 장만을 하기 위해 강남 고터에 갔다. 와~~ 인터넷에서 보던 예쁜 트리들이 여기에 다 모여있었다. 각양각색의 트리들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친구는 큰 거 나는 작은 거. 맘에 드는 거 하나씩 골라서 배달도 해준다는 거 뿌리치고 낑낑거리며 직접 집으로 모셔왔다. 조심스레 장식 하나하나 소중히 달고나니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어 화이트 와인 한잔을 들고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겼다.
크리스마스의 기원
크리스마스트리의 시작은 여러 나라에서 각자 최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는 알 수 없단다. 141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장식을 했다는 것이 첫 기록이라는 설도 있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15~16세기 자기들이 최초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 곳이라며 지금도 원조 경쟁을 하고 있고 16세기에 알자스 지역(현재는 프랑스, 그 당시는 독일)에서 시작되어 1600년대에는 독일 전역에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마틴 루터 기원설이 더 근거 있다고도 하여 어디가 기원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인가 보다.
“인간은 저 전나무와도 같다. 한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도 같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추일 수 있는 존재이다.”라는 깨닫음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나무에 장식을 한 것이 크리스마스트리의 시작이라는 것이 마틴 루터 기원설이다. 종교 개혁을 일으킨 인물로서 당시 사회와 종교에 엄청난 영향을 준 걸 감안하면 이 정도 설은 믿어줄 만한 것 같기도 하다.
기원이야 어찌 되었건 이제는 종교랑 크게 상관없는 연말 행사처럼 여겨진다. 세계 곳곳이 경쟁이라도 하듯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을 선보여 올해는 또 얼마나 기발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도 은근히 생긴다.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어둡고 쓸쓸하지 않고 아름답고 희망에 찬 마음으로 잘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 좋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하는 법
트리
좁은 상자에 들어있던 트리를 꺼내면 볼품이 없다. 2단으로 분리된 트리를 연결하고 뭉쳐진 가지를 일일이 빈 틈 없이 잘 펼쳐서 나무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너무 싸구려면 플라스틱인 게 티가 나고 나뭇잎도 계속 조금씩 떨어지는데 이번엔 조금 더 주고 샀더니 이런 우려는 해소되었다. 지난번까지 사용하던 트리는 눈 내린 트리였는데 그 옆을 지나갈 때마다 눈처럼 생긴 하얀 가루가 떨어져 매번 청소한다고 너무 힘들었다. 그냥 기본 나무 모양, 색깔의 트리가 장식하기도 편리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전구 감기
나무가 준비되면 오너먼트보다 전구를 먼저 감아야 한다. 똬리를 틀듯 잘 감아 놓아도 작은 전구들이 서로 엉켜있기 때문에 일자로 푸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준비된 전구 뭉치 개수에 맞추어 트리를 나눠 감아야 나중에 모자라거나 남지 않는다. 원래는 전구 한두 뭉치만 사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적어도 3개는 감아줘야 이쁘다고 해서 추천해주는 대로 샀다. 듬성듬성 감다 보니 전구 한 다발로도 나무 하나를 다 감을 수 있어서 속았나 했는데 남은 전구를 2중 3중으로 더 감으니 한번 감았을 때 보다 더 밝은 빛을 내며 화사해 보이는 것이 역시 전문가의 눈이 다르긴 한가보다. 그런데 작년에 이렇게 감았다가 나중에 철수할 때 서로 엉켜서 겆어내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전구 다발 3개를 나무에 3등분 한 후 위에서 부터 하나씩 차례로 휘휘 감아 내려왔다. 나무 사이사이 빈틈없이 잘 감으려고 신경 쓰지 않아도 불을 켜면 나무 전체를 환하게 밝혀줘서 전구 감기의 어설픔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너먼트 달기
이번 트리의 메인은 금색으로 정했다. 은색, 흰색, 붉은색, 알록달록 한 색 등 다양한 옵션이 있지만 고급스러움과 부를 상징하는 금색을 좋아해서 금색의 오너먼트만 샀다. 나무 사이사이 부딪히지 않게 취향대로 적당히 달면 되긴 하나 너무 적으면 빈 해 보이고 너무 많아도 답답해 보일 수 있으니 적당한 개수를 선택한다. 둥글둥글한 오너먼트만 있으면 식상하고 획일적인 것 같아 길쭉한 오너먼트도 몇 개 달았더니 단조로움이 제거되고 고급스러움은 추가된 것 같아 만족한다.
바닥 꾸미기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었던 시절, 어디선가 본 크리스마스 나무 밑 가득 놓인 선물상자가 엄청 부러웠었다.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느낌을 재현하고 싶었으나, 집도 좁고 트리를 올려놓은 테이블은 더 좁고 해서 결국은 포기했다. 대신 허전함을 달래려 아이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곰돌이 인형 두 마리를 찾아 나무 앞에 놓아본다. 아이의 추억이 깃든 인형이 크리스마스트리와 어우러져 한결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행복 퍼트리기
장식을 끝내고 전구에 불을 켜보니 쓸쓸했던 거실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변한다. 마법 같다. 그냥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이제 아이도 다 컸고 게다가 외국에 있는데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한다는 게 낭비 같아 잠깐 망설였었는데 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아이를 위해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나를 위해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영화에 나오던 외국 사람들이 할로원, 크리스마스 등 무슨 날이 되면 집 안팎으로 장식을 하는데 진심인 모습을 보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런 행위를 함으로써 작은 행복을 느끼게 되고 그 행복한 마음이 넓게 퍼져 나간다고 생각을 하니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이란 나를 위한 것보다 남을 위해,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좀 다르게 생각해야겠다. 우선 내가 행복해야 나의 주변 사람에게 그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생각만으로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작은 행위를 하는 것이 더 쉽게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걸 크리스마스트리를 통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행복한 일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 행복을 퍼트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