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는 길인 듯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by 유이

월요일 아침은 다른 날 보다 분주하다.

주말 동안 잘 충전된 에너지를 가지고 모두들 출근하는 듯 평소보다 차가 많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첫날은 좀 여유롭게 시작하고 싶어서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출근 준비를 한다.


반포대교 램프 올라가는 길이 평소보다 더 막히길래 월요일이니 그러려니 했다. 천천히 조금씩 가다 보니 오른쪽 차선에 차 두대가 앞뒤로 나란히 서있다. 추돌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날씨도 추운데 사고까지 나서 맘이 바쁘겠군 하고 지나가는데, 차 앞 10미터 즈음 사람 2명이 보인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 사람이 오갈 수 있는 보행길은 전혀 없는 곳인데 위험하게 왜 사람들이지 여기 있을까 하는 사이, 그 들 옆에서 같이 굴러가고 있는 큰 캐리어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성인 남자로 보이는 사람이 캐리어를 밀고 있었고 옆에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었다. 아~~~ 공항 가는 길이구나! 아침 일찍 공항 가는 길에 추돌사고가 나서 아까 차 옆에 서있던 여자분은 어쩔 수 없이 사고 처리를 해야 하니 남아있어야 했고 나머지 2명은 캐리어를 끌고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던 것 같다. 다급히 뛰어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연민을 느꼈다. 램프만 내려가면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라 택시를 잡는 건 금방이겠지만 여건만 되면 공항까지 태워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일 같지 않았다. 1년에 최소 너 댓 번은 공항을 오고 가니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좀 일찍 서둘러 나섰다면 다행이지만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나온 길에 저런 사고라도 나게 되면 엄청 당황할 것 같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는 일행의 마음이 참 편치 않을 것 같았다. 이 아침 즐겁게 떠나는 여행이든 헤어짐의 힘듦을 뒤로하고 가는 여정이든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한 가족의 황당함이 그대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냥 단순 접촉사고이고 큰일이 난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기분일지...


작년 아이가 처음 영국에서 돌아온 날. 나름 도착 시간을 고려해서 맞춰 나간다고 했는데 공항 픽업에 늦고 말았다. 공항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갔고 토요일이어서 차가 막혔고 코로나 시국이어서 공항이 한산했던 것 같다. 공항까지 30분 정도 더 남았는데 아이는 벌써 게이트를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방역택시를 이용하던지 픽업을 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공항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때라 일정 구역에서 나가지 못하고 관리자에게 붙잡혀 덩그러니 앉아있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과 집에 가서 쉴 수 있다는 편암함을 기대하고 왔을 텐데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은 실망감에 장거리 비행의 고달픔까지 겹쳐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간다. 공항으로 바삐 뛰어가는 듯한 부녀의 모습에서 공항에 얽힌 너무 미안한 에피소드가 문득 떠올랐다.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인 공항터미널.

누군가에게는 기쁨의 장소이고 누군가에게는 슬픔의 장소일 수 있는 곳.

기쁨과 설렘, 슬픔과 고통의 감정이 공존하지만 나에게는 그리움, 아쉬움, 허전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곳이다.

별것이 아닌 것 같고 예전엔 조금 낭비 같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누군가를 배웅하고 맞아주는 그런 행위가 마음의 따뜻한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누군가의 안녕을 바라는 그런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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