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았나요?"
작년 겨울, 상담을 받던 중 한 후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35살에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고민한다는 그 후배의 눈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그 순간 나는 10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30살에 다시 대학생이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두려움, 37살에 임용고시에 도전했을 때의 걱정들.
지금 40대 중반이 된 나는 그 후배에게 이렇게 말했다.
"늦은 시작은 없어요. 다만 더 간절한 시작이 있을 뿐이에요."
30살에 유아교육과에 입학했을 때도 늦었다고 했다. 37살에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도 무모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그 모든 '늦음'이 내게는 오히려 축복이었다.
왜냐하면 늦게 시작한 만큼 더 간절했으니까. 20대에 했다면 당연하게 여겼을 기회들이 30대, 40대에는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앞자리에 앉던 모습. 20대 동기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때 노트필기에 집중하던 모습. 그런 간절함이 장학금으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끝난 건 아니었다. 첫 번째 임용고시에서는 떨어졌다. 그때 정말 많이 좌절했다. '역시 나이가 문제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패 후에 찾아온 건 포기가 아니라 더 명확한 목표의식이었다. 어디서 틀렸는지 정확히 분석했고, 나만의 공부법을 찾았다. 현장 경험을 이론과 연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결국 두 번째 도전에서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첫 번째 실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시작을 위한 발판이었다.
공립유치원에서 일하며 깨달은 게 있다. 나이가 많다는 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는 것. 젊은 동료들이 이론으로만 배운 것을 나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다.
학부모 상담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20대 교사의 말과 40대 교사의 말은 무게가 다르다. 같은 조언이라도 인생 경험이 담긴 말에는 설득력이 있다.
"선생님은 정말 아이들을 많이 아시는 것 같아요."
한 학부모가 해준 말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지금도 나는 계속 배우고 있다. 새로운 교육 이론을 공부하고, 창의적인 수업 방법을 연구한다. 동료들과 함께 연수를 받으며 성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겸손해진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계속 배울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얼마 전 대학 동기들과 만났을 때 한 친구가 말했다.
"너는 정말 꿈을 포기하지 않는구나. 부럽다."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는 정말 꿈을 포기하지 않았구나. 30살에도, 37살에도, 그리고 지금 40대 중반에도.
가끔 후배들이나 지인들이 묻는다.
"이 나이에 새로운 걸 시작해도 될까요?"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언제가 적절한 때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거예요."
나이는 핑계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일을 하고 싶은 마음, 끝까지 해내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다.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서 뭔가 새로운 걸 배우게 될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나 역시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다짐.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 아니, 40대가 되었기 때문에 더 깊이 배우고 있다. 젊을 때와는 다른 관점으로, 더 성숙한 마음으로.
꿈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30대에 시작해도, 40대에 도전해도, 심지어 50대에 새로운 길을 걸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 계속 배우려는 자세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나이를 핑계로 꿈을 미루지 마라.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바로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일 수 있으니까.
나는 오늘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