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아마 인간의 생애 중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일 것이다. 성년이라는 나이를 맞아 미숙하게나마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어보는 시기가 아닌가. 한창 아르바이트로 사회의 맛을 보던 사람들에 비하면 내가 하던 것이라곤별일 아닌 것들도 많았지만, 줄곧 할 일과 공부 거리를 찾아다니기 바빴다.그 때문인지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졸업이가까워질수록별다른 일을 하지 않을 때면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결국 오랜 시간끝에 고쳤던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다시금도지고 말았다. 쓰라리고 따갑게손끝에서 피가 맺히고서야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노력이 언제나 기대했던 그림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알 수도 얻을 수가 없었다. 일상 속 느릿한 평온함 이면에행여나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자라났다. 사실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거나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기도 했다. 마냥 쉰 것만 같은 하루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노력의 방향이나 종착지가 잘못된 순간이 있을 뿐이었다.개미지옥에 빠지듯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잘함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나기도 쉬워졌다. 말하자면, 정말 중요한 것일수록 힘을 뺄 줄 아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늘 힘을 주며 살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속에 내던져지고 싶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고 세상이 끊임없이 돌아가는 감각을 잊고픈 마음이 생겼다. 일상에 지치자 시도와 노력하는 것의 가치를 외면하게 되었다. 그런 마음가짐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을 수 있음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놔두었다. 살아있는 게 죽기보다 더 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즈음 알았다.
조금이라도 편안한 삶을 찾기 위해 애쓰던 어느 날, 모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 우리 사회에 성공 신화가 만연해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노력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닌데도 나 역시 평범한 한국인으로서 거기에얽매여 고통 받고 아등바등 발버둥치고 있었다. 단지 지금 당장공부나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존감과자기효능감을 잃고우울증을 앓았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기나긴 인생에서 지금은 점 같은 한 시기일텐데 늘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만은 없다는 것을 잊었다.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하게 다칠 수도, 옆사람과 잠시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것도.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달리기의 전부는 아닌데도 말이다.꽃마다 피는 시절이 다르듯 사람도 피고 지는 시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노력들을 한다. 구태여 목적지의 화소를 높이지 않으려고 한다. 노력이 나를 아프게 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