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해왔다. '인간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그리고 다들 저렇게나 바쁘게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종 목적지는 언제나 죽음이었다. 수많은 평범한 인생들을 다 알 수는 없으니까.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누구나 운 좋게 생명을 부여받았고 삶이라는 숙제에 던져졌으며 그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는 것뿐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작업을 처리하며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대체하고 또 위협하는 시대이다. 단 한 가지, 인공지능은 출생과 죽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절대 사람이 될 수 없다. 감정을 머리로 이해할 뿐 감각의 영역에서 직접 느끼면서 알 수는 없는 게 인공지능이다. 누군가 학습시킨 자료에 의해 단지 지식적으로 알게된 것이기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의 영역은 대체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수고로운 일로 평가받는 서비스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분야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본연의 가치와 의미가 가장 귀중한 가치로 여겨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신이 되기를 바랐던 인간의 오만이 탄생시킨 또다른 바벨탑은 아닐까. 슬프게도, 우리 역시 유효기간이 정해진, 신에 의해 창조된 생물학적 기계에 불과하겠지만, 아무렴 인간이 기계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라는 점이 발전의 한계선이며 웃고 우는 인간의 삶을 흉내내는 것밖에는 하지 못할 것이리라 예상해본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까봐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