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8일, 세 번째
"너 참 똑똑하다"는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다.
아는 게 좋았다. 더 자세히 말하면 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좋았다. "나 그거 알아, 이건 이거야." 이 한 마디를 말하고 싶었다. 이 말을 하면 대개 사람들은 "오 그래? 몰랐네"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콤한 보상. "너 참 똑똑하구나." 그래서 책도 많이 봤다. 보이는 건 되는대로 외우려고 노력했다. 내가 아는 게 나오면 말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사람들의 칭찬은 언제나 나를 춤추게 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아는 체 하는 일을 그만 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보상이 너무 달콤했다는 거다.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느낌. 대단하다고 말하면서 짓는 표정. 우리 부모님께 이어지는 찬사. "아들 참 잘 두셨네요!" 나와 그 사람을 동시에 보며 뿌듯하게 쑥스러워하시는 부모님. 지식을 쌓아 자랑하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마약이었다. 더불어 첫 월급을 타기도 전에 효도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계속해서 뿌듯하고 싶었다, 모르는 게 나올 때에도. 마치 사실인양 내 생각을 말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그건 틀렸어"는 부풀어 있던 내 자존심을 왕창 무너뜨리는 말일 테니까. 다행히 어른들은 모순적이었다. 맞으면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틀리면 아이니까 틀리는 거라고 보듬었다. 점점 내 얕은 지식은 깊이를 들키지 않고 서서히 검게 물들었다. 내가 말하려는 게 책에서 본 건지 내 생각일 뿐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지식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나는 거짓말을 그만 두어야 했다. 정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나는 모든 걸 아는 게 아니야.' 그때부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워졌다. 더이상 "너 참 똑똑하구나"하는 말에 자존감이 높아지지도 않았다. 칭찬을 받는 것보다 맞는 말을 하는 게 더 좋아졌다. 내가 하는 말이 맞는지 틀린지 생각하려면, 내가 책에서 본 게 맞는지 틀린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정답은 없었다. 그저 내가 하는 말과 다른 말만 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첫 번째 사람은 소크라테스였다.
자연철학자들이 나타난 이후에는 '소피스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지식을 뽐냈다, 돈을 받고 팔 정도로. 그러던 중 "나는 아무것도 몰라"라고 말하는 소크라테스가 나타났다. 소피스트들 중 어느 누구도 소크라테스를 이길 수 없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그리스 어느 신전 대문에 붙어 있던 말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에게 항상 말하고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