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엄마의 역할도 레버리지를 할 수 있을까?

마흔아홉의 서사

by FabFiftyBloom

롭 모어의 레버리지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덜 중요한 일은 레버리지를 해서 맡기고 좀 더 중요하고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집중하라는 거다.


그러곤 생각했다.

엄마인 나도 레버리지를 맡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분명 있을 법도 한데 그게 뭘까?


둘째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다가 화가 나있다. 생각처럼 잘 안 풀려서 나를 부른다. 한 문제를 같이 정성스럽게 풀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다 알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나는 분주히 다른 일들을 하다고 다시 돌아와 보니, 아이는 아까보다 더 화가 나있다. 결국 옆에 앉아서 모든 문제를 같이 푼다. 한 문제씩 풀릴 때마다 아이는 기뻐하지만, 한편으로 내 눈치를 본다.


“나는 엄마랑 같이 하니까 재밌는데, 엄마는 같이 해서 행복해? 엄마 바쁜데 나 때문에 다른 거 못한 거 아냐?”


나는 괜찮다고 한다.

“엄마가 수학 문제 푸는 팁도 가르쳐 줄 수 있어서 좋지. 그리고, 이건 아직 쉬운 거라 엄마가 도와줄 수 있으니 더 기분 좋아.”… 하고 돌아 섰는데, 시간이 훌쩍 가있다.


어제는…

큰 딸이 나를 부른다. 시를 썼는데, 내용이 어떤지 들어봐 달라고 한다. 잘 쓴 거 같은데 뜻을 잘 모르겠다. 딸은 열심히 자기가 쓴 시의 의도를 설명해 준다. 저런 영어 단어도 있었나 싶은 단어들도 나온다. 뜻을 물어보면 그것도 신나게 설명한다. 딸은 어떤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거 같냐고 물어본다. 나의 짧은 영어 어휘력을 발휘해 유사한 단어를 마구 쏟아붓는다. 그중 두어 개는 딸 마음에 드는지 아이는 좋아하며 시를 다시 고친다.


“엄마랑 같이 말하면서 하니까 너무 도움이 돼” 하고 좋아하면서….


완성된 시는 본인이 도전해 보고 싶었던 대회에 보내진다. 공들여 썼으니까 잘 되면 좋겠다 칭찬하며 돌아서니 잠잘 시간에 가깝다.


분명 저녁 먹고 옆에 앉았는데 벌써…. 하면서 남은 설거지를 하고 나의 하루를 마감한다. 집안의 온갖 일을 책임지고 있는 나는… 종종.. 생각한다.


부엌일? 빨래? 라이드? 여행 계획? 재정 관련 업무? 애들 숙제 봐주는 거? 난 도대체 무엇을 나에게서 덜어 낼 수 있을까. 엄마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레버리지 시킬 수 있는 걸까.


어떻게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글도 써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늘 바쁘다. 나를 위한 시간을 하나도 쓰지 못한 날이면, 나의 기분은 금세 가라앉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의 기분을 금방 읽어 낸다. 중간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건 늘 어렵다.


마흔아홉과 쉰의 중간에서…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을 채워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싶은 마음은 무겁다. 아이를 위해 내어주고 싶은 공간과 나만을 위한 공간 사이에서 고민하는 마음은 때때로 괴롭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레버리지 할 수 없다는 거.

그걸 알기에 오늘은 글 한편 쓰면서 나를 다독여 본다.



나의 드림 레버리지 계획

1. 집에 요리사가 있다.

(가족 중 하나를 요리사로 만들어야 하나?)

2. 가사 도우미 이모님이 저녁 준비를 하고 치워 주신다.

(인건비 높은 나라에서 쉽지 않다.)

3. 가사 도우미 로봇이 있다.

(그나마 현실적인데, 언제 실현될지 모른다.)

4. 빨래도 내가 하지 않는다.

청소는…… 원래 잘 안 해서 큰 도움은 필요 없다. 하하…